홍콩보안법 여파…렁춘잉 전 행정장관 "학생회 정치화 돼" 비판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중국화'가 진행되면서 홍콩 민주진영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홍콩 대학들이 잇따라 학생회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까지 홍콩 8개 공립대학 중 5개 대학이 학생회비 수납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홍콩대를 시작으로 이틀 사이 홍콩중문대, 홍콩이공대, 성시대, 링난대가 앞으로 학생회비를 학생회 대신 수납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링난대는 그간 학교가 수업료와 학생회비를 한꺼번에 걷어온 것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등의 불만이 있었다며 더이상 학생회를 위한 수납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링난대는 "학생회가 홍콩 사회단체 조례 아래 독립단체로 등록된 만큼 회비 수납과 자금운영도 스스로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콩대는 13일 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데 이어 14일에는 7일내 학교 건물에서 학생회 사무실을 빼라고 통보했다.
이는 홍콩대 학생회가 지난 1일 경찰관 피습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를 애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2월에는 홍콩중문대가 홍콩보안법에 근거해 학생회와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하며 학생회의 교내 활동을 금지했다.
홍콩 대학 학생회는 2019년 6개월여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민주진영과 함께 정치·사회적 문제 제기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친중 진영에서는 이들 학생회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해왔고, 이른 흐름 속에서 대학들이 차례로 학생회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홍콩 대표적 민주진영 인사로 영국으로 망명한 네이선 로도 링난대 학생회장 출신이다. 그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당국의 수배 대상이다.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학생회가 정치화됐다고 비판했다.
또 홍콩대 학생신문에 실린 특정 기사들을 거론하며 홍콩보안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렁 전 장관은 "바늘 도둑이 자라서 금 도둑이 된다"며 "우리는 젊은이들을 보살펴야 한다.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해서 안 되며 관용은 더 큰 해를 일으킬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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