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며칠째 대규모 약탈과 폭동이 이어지는데도 공권력이 제 기능을 못하자 상대적으로 부유한 주민들이 직접 나서 자경단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경단이 임의로 약탈 용의자들에게 린치를 가하고 일부에서는 총격전을 벌여 15명이 숨지는 등 폭력의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15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소요의 진원지 역할을 한 콰줄루나탈주와 요하네스버그 등에서 주민들이 무장한 채 주거 단지 출입과 도로 통행을 제한하고 상가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자경단은 약탈 용의자들을 붙잡아 경찰에 넘겨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eNCA방송은 이날 콰줄루나탈주에 있는 항구도시 더반의 피닉스에서 15명이 총격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더사우스아프리칸'은 베헤키 첼레 경찰장관이 이 지역에서 15명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인도계와 흑인 지역사회 간 인종 충돌로 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불분명하지만, 약탈을 막기 위해 구성된 무장 주민들에 의한 적대행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피닉스 주민과 인근 즈웰리샤 비공식 주거촌 간에는 약탈 사태 때문에 지난 며칠 새 긴장이 높아진 상태였다.
첼레 경찰장관은 주민들이 군경의 방범 활동을 보조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 살해범들은 체포될 것이고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의 남쪽 보슬루어루스에는 미니버스 택시 운영업자들의 다수가 총기로 무장한 채 공중에 총을 쏘며 약탈자들을 쫓아냈다. 평소에도 난폭하기로 악명 높은 미니버스 업자들은 지난 며칠 동안 소요로 쇼핑 승객들을 태울 수 없어 일거리가 줄어든 처지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한 15세 소년이 택시업자들이 쏜 것으로 보이는 유탄에 맞아 숨지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자경단 가운데 총기로 무장한 시민의 다수는 소수 백인 계층이다.
다른 주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자원봉사자로 청소와 파손된 주변 지역 재건을 돕기도 했다.
폭동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흑인 밀집 지역인 타운십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약탈행위를 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또 어떤 타운십에선 군경이 각 가정을 찾아다니며 상가에서 약탈당한 물품을 회수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경단 움직임에 주의를 당부한 남아공 정부는 치안 회복을 위해 현재 5천 명까지 배치한 병력을 2만5천 명까지 늘리는 과정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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