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 중 첫 백악관 방문…만찬까지 대접·부통령은 조찬 함께해
트럼프와는 '앙숙'이라 불리며 무역·안보 등 수차례 충돌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격세지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2005년 총리에 취임해 무려 16년간 독일을 이끌다 오는 10월께 퇴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행에 오른 것이다.
이번 방미는 여러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 대비된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앙숙'이라고 불릴 정도로 엇박자를 내며 심지어 충돌까지 했고, 양국 관계는 내내 불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건 반면 메르켈 총리는 자유무역과 개방주의를 견지해 안보와 무역 등 주요 문제를 놓고 적잖은 마찰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자신의 취임 후 백악관 집무실을 첫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악수 요청에 응하지 않고 기자들만 바라본 모습은 냉랭한 관계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또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란 핵합의 등에서 탈퇴할 때 메르켈 총리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트럼프를 저격했다.
2018년 6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때는 정상에게 둘러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 있고, 메르켈 총리가 테이블을 두 손으로 꽉 누른 채 트럼프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사진도 양국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독일의 군사비 지출이 적다는 불만을 표출하며 독일 주둔 미군을 3분의 1가량 감축한다고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폐기와 전통적 동맹의 복원을 앞세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확연히 바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퇴임을 앞둔 상황임에도 백악관에 초청해 극진한 대접을 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백악관을 처음 방문한 유럽 정상이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조찬을 함께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관저에서 외국 정상을 맞이한 것은 메르켈 총리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양국 관계는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 등 많은 공유 가치에 기초한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을 만나 매우 기쁘다며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정말로 잘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메르켈 대통령은 오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저녁에는 두 정상의 만찬까지 예정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을 방문한 외국 정상에게 저녁까지 대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야말로 융숭한 대우를 하는 셈이다.
AP통신은 양국간 긴장의 지점이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에게 적절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메르켈 총리 역시 독일이 미국의 친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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