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뚫린 아이티 대통령 사저…경찰, 경호 책임자 구금 중

입력 2021-07-16 03:49   수정 2021-07-16 14:06

너무 쉽게 뚫린 아이티 대통령 사저…경찰, 경호 책임자 구금 중
아이티 경찰 "대통령 암살 용의자들, 도미니카공화국서 범행 모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아이티 경찰이 대통령궁 경호 책임자를 구금 상태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5일(현지시간) 경찰 관계자 등을 인용해 대통령궁 경호 책임자인 디미트리 에라르드가 경찰에 구금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앞서 수사당국은 지난 13일 에라르드를 소환해 조사하려 했으나 에라르드가 출석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이 전한 바 있다.
경찰이 에라르드에게 특정한 혐의를 두고 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지난 7일 모이즈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에 살해된 후 현직 대통령이 머무는 곳의 경비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뚫릴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아울러 콜롬비아 당국은 에라르드가 올해 1∼5월 6차례에 걸쳐 콜롬비아 보고타를 경유해 중남미 다른 나라에 다녀왔다고 발표해 그의 행적을 놓고서도 물음표가 커졌다.
에라르드를 비롯해 이번 암살과 관련해 조사를 받거나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이 계속 늘어나지만, 사건의 진실을 둘러싼 질문들은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

사건 이후 아이티 경찰은 콜롬비아인 26명과 아이티계 미국인 2명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중 미국인들을 포함해 20명가량을 체포하고, 콜롬비아인 3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또 배후에서 사건을 기획한 인물 중 하나로 미국에 거주하는 60대 아이티 의사를 추가로 체포했으며, 아이티 전직 상원의원 등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티 경찰은 용의자들이 도미니카공화국의 한 호텔에서 범행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아이티 언론 등에는 회의실에 여러 명의 남성이 모여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 속 인물 중에는 아이티계 미국인 제임스 솔라주와 의사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 등 체포된 용의자 2명과 경찰이 추적 중인 조엘 존 조제프 전 상원의원이 포함돼 있다고 현지 일간 르누벨리스트는 보도했다.
아울러 대부분 전직 군인인 콜롬비아 용의자들을 고용한 미 마이애미 소재 보안회사 CTU의 소유주 안토니오 토니 인트리아고도 사진 속에 등장한다.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인트리아고가 여러 차례 아이티를 다녀갔다며, 그 역시 수사선상에 있음을 밝혔다.
다만 NYT는 이들과의 회의에 몇 차례 참석했던 다른 인사를 인용해 대통령 암살 모의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모이즈 대통령 퇴진 후 아이티에 새 정부를 세우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농 등과 10차례 회의를 했다는 파르넬 뒤베르제 전 미 브로워드대 교수는 NYT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암살이나 쿠데타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체포된 콜롬비아 용의자들이 사건 계획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용의자들의 가족 등은 단순 경호 업무로 고용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용의자 다수는 경호 업무로 아이티에 간 것이었으나, 일부 소수는 범죄 작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 계획을 몰랐던 이들도 일단 범행에 가담한 이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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