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백악관 방문…트럼프 때 악화한 동맹 복원하고 중·러 대응 공조 천명
'노르트 스트림-2'는 이견 표출…바이든 고강도 대중견제에 메르켈은 소극적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6년간 여기 자주 오셨습니다. 사실 나만큼 백악관 집무실을 잘 압니다"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농담을 섞어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독일 역사상 첫 여성 총리', '동독 출신 첫 총리' 등 메르켈 총리의 기록을 일일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어 "정상회담에서 당신을 만나던 게 그리울 거다. 진심으로 그럴 것"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메르켈 총리도 '친애하는 조'라고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부르며 말문을 열었고 "우리는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구"라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부통령이던 시절부터 여러 차례 만났다.
취재진에 공개된 단독 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개인적 친구이자 미국의 대단한 친구로 여긴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도 "내가 미국과의 우정에 얼마나 큰 가치를 두는지 말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번 백악관 방문은 9월이면 16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메르켈 총리에게 마지막 방문이었다.
메르켈 총리가 그동안 상대한 미국 대통령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부터 4명이다. 이번 워싱턴DC 방문이 23번째이고 백악관 방문도 10번이 넘는다.
그래서인지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백악관 방문은 중대 합의를 끌어내거나 이견을 분명히 확인하는 계기라기보다는 메르켈 총리 재임 16년의 양국 동맹을 돌아보고 협력 강화를 다짐하는 성격이 강했다.
메르켈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을 찾은 첫 유럽 정상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고강도 국방비 증액 압박과 주독미군 감축 추진 속에 급랭했던 양국 관계를 확실히 복원하는 게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양국의 협력 심화를 천명하는 한편 러시아의 공격 및 중국의 반민주적 행위에 함께 맞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약화시키려 할 때 민주적 원칙과 보편적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메르켈 총리도 "중국과의 관계 등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논의했다. 우리는 자유롭고 민주적 사회를 지지하는 나라들"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날 '워싱턴선언'에도 합의했다. 민주적 원칙과 가치, 제도에 대한 공동의 약속이 양국 관계의 근본이며 자유세계 수호에 함께 헌신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견 표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고 메르켈 총리는 그와 관련해 양국의 관점이 다르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중견제에 있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더 적극적인 공조를 원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최대 무역파트너 중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다소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 초반 독일에서 발생한 홍수로 수십명이 사망한 데 대해 위로를 표했고 메르켈 총리도 감사를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전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르켈 총리가 받은 18번째 명예박사 학위라고 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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