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측근 비리 폭로 이력…불법단체 지정은 첫 사례
(서울=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러시아 당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관료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독립 언론 프로엑트를 불법 단체로 지정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프로엑트의 불법단체 지정이 러시아 고위 관료와 관련한 당혹스러운 폭로에 대한 보복 행위라며, 이번 사태로 러시아 독립 언론과 크렘린 간 전쟁이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법무부가 프로엑트를 '위험 단체'로 규정하면서 매체 편집장과 기자 등 8명이 '외국 요원'으로 지정됐다.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라디오 방송인 '자유유럽방송·자유방송' 소속 일부 기자도 '외국 요원' 명단에 올랐다.
당국의 불법단체 지정은 해당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사직하거나 형사 기소를 당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다른 매체 역시 해당 언론사의 자료나 기사를 인용해서는 안 되며, 과거 인용 기록도 삭제하지 않으면 불법행위로 간주한다.
이들 매체에 기부하는 사람도 형사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독립 언론인 뉴스 웹사이트 '메두사'와 'V타임스'의 관계자들이 외국 요원 명단에 오른 뒤 폐간됐다.
또 올해 초 수감된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지지하는 시위를 보도한 온라인 학생 잡지 'DOXA'의 편집자 4명도 범죄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러나 프로엑트처럼 법에 따라 특정 언론사를 불법단체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러시아 경찰은 이번 조치에 앞서 프로엑트의 편집장인 로만 바다닌과 다른 직원 2명의 자택을 수색했다.
프로엑트 측은 경찰의 수색이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부 장관에 관한 폭로 기사 보도 계획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콜로콜체프 장관의 가족들이 그가 장관으로 임명된 2012년 이후 엄청난 부를 쌓았고, 조직적인 범죄에도 연루됐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엑트는 과거에도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체첸 자치공화국의 수장 람잔 카디로프에 관한 폭로 기사를 보도했으며, 지난해에는 푸틴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 있다는 의혹을 터트리기도 했다.
프로엑트는 러시아 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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