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 하이에나 무리에도 금수저?…어미 사회관계망 상속

입력 2021-07-16 12:04  

점박이 하이에나 무리에도 금수저?…어미 사회관계망 상속
지위 높은 어미와 유사한 사회 관계 형성 생존·번식 경쟁서 앞서 나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많게는 100마리 이상 모여 철저한 계급, 경쟁사회를 구성하는 아프리카 초원의 점박이 하이에나가 어미의 사회적 관계를 물려받아 생존과 번식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가 어미와 비슷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생존과 번식 경쟁에서 앞서 나간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교의 생물학자 아미얄 일라니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점박이 하이에나 무리에서 사회관계망 상속의 역할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바르일란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동물의 사회관계망 분석 모델과 케냐의 점박이 하이에나 무리를 27년간 장기 관찰하며 수집한 약 7만4천 건의 사회적 상호작용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새끼 하이에나의 사회적 관계가 어미와 비슷했으며, 어미의 무리 내 지위가 높을수록 이런 유사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니 박사는 "새끼 하이에나의 사회적 관계가 어미의 사회적 관계와 유사하다는 압도적 증거를 발견했다"면서 "어미가 새끼를 사회적 협력관계에 있는 다른 하이에나에게 연결해줘 둘 사이에 유대 관계가 형성되는데, 어미와 새끼 간 유대가 크게 약화한 뒤에도 새끼는 어미 '친구'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에나 어미의 사회적 관계는 어미와 새끼의 장기적 생존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하이에나 무리에서 사회관계망 상속이 개별 하이에나의 행동과 적응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이론생물학자 에롤 악케이 부교수는 "무리 내 지위가 엄청 중요하다"면서 "점박이 하이에나는 모계사회이고, 낮은 지위의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는 생존하거나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이에나의 사회 구조가 어미로부터 받는 계급적 지위에 부분적으로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우리가 확인한 협력적, 우호적 상호 관계도 상속받는다는 점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어미에서 새끼로 사회관계망이 상속되면서 사회 구조를 유지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한 종의 번식과 생존에 유전적 적응을 넘어선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논문 제1저자인 일라니 박사는 앞서 지난 2016년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악케이 부교수와 사회관계망 상속 가설과 이론 모델을 제시했다.
일라니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많은 것들이 환경과 사회적 과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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