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포사, 사태 일주일만에 현장 방문…병력 2만5천명 배치 인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소요 발생 진원지인 콰줄루나탈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태는 획책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요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212명으로 늘었다.
이날 오전 현지 방송 eNCA에 따르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동남부에 위치한 콰줄루나탈의 항구도시 더반을 찾았다.
라마포사 대통령의 폭동 주요 현장 방문은 사태 발생 일주일만이다. 치안 회복을 위해 1만 명의 국방군이 배치돼 경찰을 보조하면서 소요 사태는 전날부터 잦아들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모든 소요와 약탈이 선동된 것이라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라며 "그것을 획책하고 조직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을 뒤쫓고 있다"며 "그들 중 상당수를 확인했고 무정부 상태와 대혼란이 우리나라에서 전개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쿰부조 은차베니 대통령실 장관 대행은 이와 관련, 선동 용의자 한 명이 체포됐고 다른 11명은 감시하에 있다고 설명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국방군 2만5천 명에 대해 치안 보조 작전 투입을 인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 의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병력 배치는 오는 8월 12일까지 한 달간 유효하며 6억1천500만 랜드(약 488억원)가 소요된다고 의회 관리들이 설명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폭력사태 사망자 212명 가운데 180명은 콰줄루나탈에서 나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희생자 일부는 총격으로 숨졌고, 다른 사망자들은 약탈로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했다.
소요 와중에 2천500명 이상이 절도 등 여러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 사태는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부패 연루 혐의로 지난 8일 수감된 뒤 10일부터 본격화된 지지자들의 시위로 촉발됐다.
콰줄루나탈은 주마 전 대통령의 출신지이고 남아공 최대 민족인 줄루족의 근거지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또 선동자들이 이번 사태를 민족 간 갈등으로 몰고 가려고 했지만, 본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 국민들은 단결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마 전 대통령 구금에 대한 법원 판결 이후 여러 복합적 요소로 이뤄진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와 민주국가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시민들이 경찰과 협력해 질서 회복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이날 라마포사 대통령 주변에는 평소 잘 눈에 띄지 않던 경호원들이 둘러서고, 주변에는 탱크 3대까지 배치돼 계엄령을 방불케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이날 콰줄루나탈 에테퀴니에서 최근 폭동의 영향과 보안군 배치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지역 정부 및 보안군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수습 국면 전환을 상징하듯 청소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청소 도구를 건네받아 손에 쥐면서 환담했다. 또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현지 당원들로부터 환영을 받기도 했다.
대형마트와 물류창고가 집중적으로 약탈당했던 더반의 식료품 가게 앞에는 이제 사람들이 긴 줄을 섰다. 일부 주민들은 빵 가격이 3분의 1 정도 올랐다고 불평했다.
시위의 다른 축이던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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