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개도국 지원' 부각에 바이든 '조건 없는 백신 제공' 강조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 논의를 위해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특별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백신 리더십을 놓고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16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서로 외국에 대한 백신 지원 실적을 내세우며 '백신 외교' 성과를 부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백신을 조건 없이 기부하고 있다면서 100개 이상 국가에 5억 회분 이상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백신을 파는 것이 아니라면서 어떤 정치적, 경제적 조건도 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체 개발 백신을 각국에 공급해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작년 12월 백신 접종에 나선 후 자국민 접종을 우선해 왔는데 그사이 중국은 백신 기근에 시달리는 국가에 백신을 무상 제공하거나 수출해 영향력을 키워왔다.
시 주석도 백신 주도권을 놓고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5억 회분 백신을 제공했으며 3년 이내에 30억 달러의 국제 원조로 개도국의 방역과 경제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APEC 산하에 방역과 경제회복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데 자금을 보탰다고도 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역내 패권 경쟁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시 주석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과 관련, "'윈윈' 협력만이 유일한 올바른 길이고, 폐쇄와 배타, 대립과 분열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태평양 국가이고 다가올 수세대 동안 깊이 관여할 것이라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약속을 언급했다. 미국 주도의 '더 나은 세계 재건' 계획도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 영향력 견제를 위해 동맹과 공동 대응을 추구해왔고 주요 7개국(G7)이 합의한 더 나은 세계 재건 의제는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4월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만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두 번째 화상 대면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참여했지만, 시 주석은 사전 녹화 형태로 참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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