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 "비상선언은 상업영화…칸 초청, 기대않은 큰 선물"

입력 2021-07-17 12:20  

한재림 감독 "비상선언은 상업영화…칸 초청, 기대않은 큰 선물"
연합뉴스 인터뷰…"어떤 재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바람 녹여내고 싶었다"
칸 영화제 첫 입성…"처음인데도 송강호 선배 덕분에 든든했다"



(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이 영화는 굉장히 상업영화에요. 관객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독창성, 예술성에 중점을 두는 칸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랍니다. 그래서 이번 초청은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었어요."
신작 '비상선언'으로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재림 감독은 16일(현지시간) 오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영화제에 출품하기는 했지만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작품을 완성한 시기가 칸 영화제와 맞았고, 주연을 맡은 배우들도 면면이 워낙 훌륭하다 보니 '한 번 내볼까?'라고 생각했다는 게 그 당시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가능성이 얼마건 간에 칸 영화제 뤼미에르 대극장에 자신이 만든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는 로망을 마음속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연애의 목적'(2005), '관상'(2013), '더 킹'(2017) 등으로 한국에서는 흥행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국제무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영화의 제목인 비상선언은 항공기의 정상적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기장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언하는 비상사태를 뜻한다.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비행기는 누구에게나 두려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다. 한번 발을 들이면 이륙 후에는 어떤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재난이라는 게, 예를 들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총기 사건을 보면, 그 시간에 그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재난을 맞닥뜨리는 거잖아요. 이게 만약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다고 하면, 훨씬 더 두렵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배급사뿐만 아니라 한 감독의 요청에 따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이 작품은 매우 시의적절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여기에 공감할 것이다.
혹자는 영화를 보고 나서 현 세태에서 너무 쉽게 모티브를 찾은 게 아니냐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한 감독이 다른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받은 것은 10년 전이다.
'관상'에 이어 '더 킹'을 마치고 나서도 그 시나리오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공동제작을 하게 됐다고 한다.
다만, 영화는 재난이 발생한 원인에 집착하지 않는다. 재난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느냐가 한 감독이 짚어내고 싶었던 대목이다.
한 감독은 "우리는 모두 재난 앞에서 이기적으로 된다"며 "분명 나쁜 행동이지만 그들도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실수도 하지만 그것을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가듯,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결정으로 세상이 나아진다면 그 어떤 재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바람을 녹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비행기 타는 게 무섭다던 한 감독은 여객기 속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을 다룬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욕심이 났지만 좀처럼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비행기 공포증 탓에 이번에 프랑스까지 오는 길이 쉽지는 않았겠다는 질문에는 "희한하게 이 영화 찍고 나서 비행기 공포증이 많이 없어졌다"며 웃었다.
영화를 찍는 내내 도움을 얻고자 기장과 함께했는데 비행기가 난기류에 흔들리는 건 '마치 자동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아서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에 납득을 당했다고.
'비상선언' 주연을 맡은 송강호와 이병헌이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각각 경쟁 부문 심사위원, 폐막식 시상자라는 모자를 하나씩 더 썼다는 점에서 겹경사다.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칸 영화제에는 이번이 처음인데 (송)강호 선배님이 여기를 다 장악하고 있으니 든든했다. 물론 너무 바쁘셔서 많이는 못 뵀지만요."
이날 처음 공개된 '비상선언'의 국내 개봉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올해 안에는 만나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 감독은 그러기를 바란다면서도 투자사와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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