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등 맞은 뒤 수 시간 만에 풀려나…아프간 정부, 강력 항의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파키스탄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의 20대 딸이 수 시간 동안 납치된 뒤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간 외교 마찰이 빚어졌다.
아프간 외교부는 17일(현지시간) 주파키스탄 아프간 대사의 딸인 실실라 알리힐(26)이 전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납치돼 심각한 폭행을 당한 뒤 풀려났다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외교부는 알리힐이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파키스탄 정부에 신속한 조사를 요구했다.
파키스탄 내 병원 기록에 따르면 알리힐은 약 5시간 동안 납치됐고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알리힐은 머리를 맞고 손목과 다리에서는 밧줄 자국이 발견됐으며 뼈가 여러 군데 부러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알리힐이 납치된 후 석방되기까지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체포된 사람도 아직 없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납치 사건이 충격적이라며 주아프간 대사의 관저 경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유력 여성 정치인 셰리 레만은 트위터에 "아프간 대사의 딸은 젊은 여성이고 이슬라마바드에서 걸어 다니는 데 어떤 장애도 없어야 한다"며 "파키스탄에서 외교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아프간은 파키스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아프간 외교부는 이날 카불에 주재하는 파키스탄 대사 만수르 아흐마드 칸을 초치해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파키스탄 정부가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즉각적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잖아도 경색된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관계에 악재가 터진 셈이다.
가디언은 양국관계에 그동안 의심과 반감이 많았다고 전했다.
아프간은 파키스탄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반군 수천 명을 국경을 통해 아프간에 보냈고 이슬람 반군 조직 탈레반에 은신처를 제공한다고 비난해왔다.
반면 파키스탄은 아프간이 반파키스탄 단체인 파키스탄 탈레반과 분리주의 운동을 하는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을 숨겨준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최근 아프간에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철수에 따른 혼란이 커지면서 아프간 정부가 파키스탄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고 가디언이 분석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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