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항모' 칭화유니 구조조정…전략투자 유치 나서

입력 2021-07-19 11:36  

중국의 '반도체 항모' 칭화유니 구조조정…전략투자 유치 나서
법원 파산구조조정 인용…6개월 내 자구안 내놔야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도전' 목표 더욱 어려워질 듯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갈망하는 '반도체 자급'을 위한 핵심 기업인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이 20조 원이 넘는 거대한 부채를 이겨내지 못하고 파산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
칭화유니그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낸 중국 업체여서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회생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단기간에 자금난이 해소될 수는 없어 칭화유니그룹이 향후 막대한 추가 자금이 필요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기는 더욱 힘겨워질 전망이다.
19일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 중급인민법원은 채권자인 후이상(徽商)은행이 낸 칭화유니그룹 파산 구조조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쯔광궈후이(紫光國徽) 등 칭화유니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은 지난 16일 밤 이런 내용이 담긴 공고문을 동시에 발표했다.
법원은 파산 구조조정 절차를 맡을 관리인으로 칭화유니그룹의 현 경영진을 임명했다.
중국의 기업파산법은 관리인이 법원의 파산 구조조정 인용 결정으로부터 6개월 안에 구조조정안을 마련해 법원과 채권단에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시한이 최대 3개월 연장될 수 있다.
기한 내에 관리인이 구조조정안을 내놓지 못하면 법원은 채무자의 파산을 선고하게 된다.
중국의 파산 절차는 추가 투자자 유치와 채무 조정을 통해 기업을 살리는 파산 구조조정과 채무 기업을 해산시키고 남은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파산 청산 절차로 크게 나뉜다.
칭화유니그룹에 적용되는 파산 구조조정은 빚의 일부를 탕감하거나 출자 전환해 존속 가치가 있는 기업이 살아날 발판을 마련하게 해 주는 우리나라의 기업회생절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이 이번 파산 구조조정 절차 진행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들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기보다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재무 위기를 넘기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차이신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칭화유니그룹이 파산 구조조정 결정 전부터 이미 잠재적 투자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면서 저장성 국유자산관리위원회(국자위), 항저우(杭州)시 국자위, 알리바바그룹이 관심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투자 의향을 비친 이들 기관은 칭화유니그룹이 46.45%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쯔광구펀(紫光股분<사람인변 붙은 分>에 큰 관심을 보이지만 칭화유니그룹은 개별 기업을 매각하기보다 그룹 전체 차원에서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를 희망해 양측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쯔광구펀은 서버, PC, 공유클라우드, 공유기 등 사업 분야에서 화웨이(華爲)와 경쟁 중인 신화싼(新華三)그룹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항공모함'으로도 불리는 칭화유니그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나온 명문 칭화대가 51%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제조사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안팎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하면서 막대한 빚을 안게 됐다.
차이신은 "칭화유니그룹이 오늘날의 상황에 부닥치게 된 주된 이유는 지난 10년간 대량 해외 인수합병에 나선 가운데 산하의 여러 반도체 사업에서 돈을 불태웠지만 스스로 피를 만들어낼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2019년 이후로는 더 채권을 발행하지 못했고 계속 쌓인 채무로 결국 위기가 폭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작년 6월 기준 칭화유니그룹의 채무는 1천567억 위안(약 27조원)에 달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의 만기가 1년 미만이었다.
반면 사업으로 돈을 벌어 빚을 갚을 능력은 태부족이다. 올해 1분기 칭화유니그룹의 순이익은 2억7천500만 위안(약 485억 원)에 그쳤다.
반도체 업계의 큰 관심은 칭화유니그룹의 메모리반도체 사업 향배에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YMTC(長江存儲·창장춘추)는 64단 3D 낸드 기반의 256기가바이트급 낸드 플래시 등 일부 제품을 양산 중이지만 아직 투자 규모 대비 실적은 미진해 시장 내 존재감은 매우 약한 편이다.
차이신은 "(중국)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비상장사인 YMTC의 생산 확대 계획이 칭화유니그룹의 채무 문제로 지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칭화유니그룹의 자금난은 메모리반도체의 다른 한 축인 D램 사업 추진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이 회사는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충칭 양장(兩江)신구에 D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2021년부터는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지만 최근까지 구체적인 진전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 신냉전 와중에 미국에서는 화웨이(華爲)와 SMIC에 이어 칭화유니그룹도 제재 목록에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상원의원과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은 지난 12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YMTC를 제재 명단에 올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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