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신부전 환자,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도 효과적"

입력 2021-07-20 09:00  

"고령 신부전 환자,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도 효과적"
뇌사자 신장 기다리지 말고 신속히 이식…신장 수명 차이 없고 생존율 높아
세브란스병원, 한국장기이식연구단 데이터 기반 결과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신장 이식이 필요한 고령의 말기 신부전 환자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신장을 받기보다는 적합한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고령 환자에게 혈액형이 다른 신장을 이식했을 때의 효과가 뇌사 기증자의 신장 이식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생존율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뇌사 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던 고령 환자에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허규하 교수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김덕기 교수팀은 한국장기이식연구단(KOTRY)의 데이터를 이용해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신장이식을 받은 60세 이상의 고령 말기 신부전 환자 634명을 분석한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고령의 말기 신부전 환자는 신장 이식을 받지 못하면 투석을 해야 한다. 가족 중 적합한 기증자가 없으면 뇌사 기증자로부터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대개 등록 후 이식까지 평균 대기기간이 7년 정도다.
적합한 기증자가 있다면 신장을 신속하게 이식받는 게 투석을 받는 것보다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혈액형 부적합 장기 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혈액형 부적합 신장 이식이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중이다. 그러나 고령의 말기 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후 부작용 등 결과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 없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신장 이식을 받은 60세 이상의 고령 말기 신부전 환자 634명을 혈액형이 다른 생존자로부터 신장을 받은 A그룹 80명과 혈액형이 적합한 생존자로부터 신장을 받은 B그룹 222명, 뇌사 기증자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C그룹 332명의 이식 후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환자인 A그룹의 이식 후 거부반응 빈도는 B그룹, C그룹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식된 신장의 기능을 보면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혈액형 적합 신장이식에 비해 다소 떨어졌으나, 뇌사 기증자 신장이식과 비교하면 더 좋았다.
이식 신장의 수명은 세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이식 후 환자의 연간 사망률은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환자인 A그룹이 0.5%로 혈액형 적합 신장이식 환자인 B그룹이 0.3%와 큰 차이가 없었다. 뇌사 기증자 신장이식 환자인 C그룹의 사망률 1.5%보다는 낮았다.
허 교수는 "고령의 말기 신부전 환자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생존 기증자가 있다면 뇌사 기증자를 기다리는 것보다 적절한 처치 후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시행하는 게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식 분야 국제학술지 '트랜스플랜트 인터내셔널'(Transplant Internatio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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