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이전 정권서 AMLO 대통령 측근 50명, 사찰 대상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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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스파이웨어(스파이와 소프트웨어의 합성어)를 활용한 각국 정부의 광범위한 자국민 감시 실태가 폭로된 가운데 멕시코 현 대통령의 가족 등 최측근들도 사찰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6∼2017년 멕시코 정부가 이스라엘 NSO그룹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이용해 감시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 중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대통령의 측근이 50명 이상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2016∼2017년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권 시절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당시 야당 대표이자 차기 유력 대선 주자였다.
전날 가디언, 미 워싱턴포스트(WP) 등 전 세계 16개 언론사는 국제사면위원회, 프랑스 비영리단체 '포비든 스토리즈'와 함께 페가수스와 관련한 5만여 개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각국 정부의 해킹 실태를 폭로했다.
각국이 정부 고객에게만 판매되는 페가수스를 활용해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 기업인 등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사찰했다는 것이다.
유출된 5만 개의 전화번호는 페가수스 '고객'들이 감시 대상으로 선정한 목록으로 추정되지만, 이들 중 얼마가 실제로 해킹을 당했는지는 불분명하다.
5만 개 중 가장 많은 1만5천 개가 멕시코 인사들의 번호였다.
이날 가디언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페가수스를 사들인 국가였다. 2011년 국방부를 시작으로 검찰, 정보기관 등 페가수스를 구입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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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가수스를 이용한 멕시코 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은 지난 2017년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은 범죄조직과 싸우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페가수스를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에 유출된 1만5천여 명의 번호 중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부인과 세 자녀, 형제, 운전기사는 물론 주치의의 번호까지 포함돼 있었다.
대통령 자신은 개인 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목록에 없지만, 그가 통화할 때 대신 사용하는 비서실장 등의 번호가 목록에 올라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 등 현 여당 주요 인사들 역시 페가수스 타깃 목록 중에 있었다.
세인바움 시장은 가디언에 "옛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우리를 감시한다고 늘 생각해왔다"며 "정치적 감시 행위가 불법 박해의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언론인, 인권운동가 등과 더불어 범죄 피해자들의 가족들도 정부의 감시 대상이었다.
2014년 9월 발생한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과 관련해 당국의 의문투성이 발표를 믿지 못해 미주인권위원회와 함께 별도 조사를 하던 국제조사팀 전문가들과 3명 이상 실종자들의 가족 휴대전화가 타깃 목록에 올라와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을 대리하던 비둘포 로살레스 변호사는 가디언에 '당시 압박을 느낀 정부가 전문가나 피해자 가족들에게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며 "전화를 도청하고 대화 내용을 왜곡한 채 공개해 우리가 하는 일의 신뢰를 깎으려 했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멕시코 정부의 페가수스 사용 라이선스가 2017년 만료됐으며, 이후 갱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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