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방일무산 다음날 도쿄서 90분간 진행…냉랭한 분위기로 시작
韓, 소마 막말 항의 후 "조속한 시일 내 응당한 조치" 요구
日 "징용·위안부 판결 수용 불가…韓 책임으로 해결" 되풀이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무산되고 하루가 지난 20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일 외교차관 회담이 열렸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외무성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약 1시간30분 간 진행된 회담에서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막말 파문'과 일제 징용 및 위안부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방일 및 한일 정상회담 불발에는 소마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국내 한 언론과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성적 표현을 동원해 폄훼해 파문이 일었다.
최 차관은 모리 차관에게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소마 공사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일본 측이 조속한 시일 내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모리 차관은 한국 법원의 징용 및 위안부 배상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한국 측 책임으로 해결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와 관련, 최 차관은 과거사 문제에 있어 피해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라며 일본 측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열린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한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두 차관은 이번에 불발된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양측 간 누적한 실무협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현안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울러 두 차관은 한일 차관 전략대화 재개 가능성 등을 포함해 외교당국 간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 차관과 모리 차관은 회담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냉랭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팔꿈치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양자회담을 한 모리 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할 때 웃으며 팔꿈치 인사를 해 한일 차관의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과 모리 차관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 및 홍콩 인권 침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
두 차관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비롯해 동·남중국해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고, 중국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모리 차관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고, 셔먼 부장관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두 차관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21일에는 도쿄에서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가 열린다.
한미일 협의에선 북한 문제는 물론 기후 변화와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는 2017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최 차관은 23일에는 서울에서 셔먼 부장관과 제9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한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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