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명 목숨 잃은 방화사건 연상시켜 행사 무산시키려고 시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경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막으려고 협박한 용의자를 불구속 상태로 놓아두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일본 경시청 공안부는 소녀상 등을 선보이는 전시회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도쿄전'이 열리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협박한 혐의(강요미수)로 도쿄도(東京都)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을 20일 불구속 송치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불구속 송치는 경찰이 형사 사건의 피의자를 구금하지 않은 상태로 놓아두고 사건을 수사한 서류 등을 검찰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넘겨받아 피의자를 기소할지 여부 등을 판단한다.
보도에 따르면 남성은 작년 2월 표현의 부자유전·도쿄전 주최자의 트위터에 익명으로 "하겠다면 방해하러 가겠다. 휘발유를 가지고 간다"는 등의 글을 올려 전시회를 취소하도록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교토(京都)애니메이션 사건을 연상시켜서 취소시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2019년 7월 일본 교토시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교토애니메이션에 아오바 신지(靑葉眞司)라는 인물이 침입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36명이 목숨을 잃고 33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이처럼 끔찍한 사건을 떠올리게 해 행사를 무산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표현의 부자유전·도쿄전은 올해 2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올해 6∼7월로 연기됐다.
이 행사는 우익 세력의 집요한 방해로 전시장을 확보하지 못해 다시 연기됐고 아직 개시일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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