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6년새 37개국 중 36개국서 외로운 청소년 급증"
한국 유일하게 감소…"이미 스마트폰 사용률 높아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전 세계 10대 청소년들이 수년 만에 더 많이 외로워지고 우울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통신 기기 사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진 트웽이 미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2년과 2018년 사이 37개국 중 36개국 청소년들의 외로움과 우울감이 치솟았다는 연구 결과를 20일(현지시간) 학술지 '청소년기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15∼16세 학생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우울감과 정신 건강을 조사한 2000년과 2003년, 2012년, 2015년, 2018년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 자료를 분석했다.
2012년 이전에는 외로움과 우울감의 변화가 미미했지만, 2012년과 2018년 사이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많은 청소년들에게서 외로움의 수준이 높아졌다. 이 추세는 남학생보다 여학생 사이에서 더 두드러졌다.
학교 내 외로움은 각국의 소득불평등이나 국내총생산(GDP), 가족 규모 등 요인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으나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 증가와는 상관관계를 보였다.
지역별로 동구권(불가리아, 러시아)과 발트해 지역(라트비아), 영어권(호주, 캐나다, 영국, 미국), 중남미(브라질, 칠레, 멕시코) 순서로 외로운 청소년이 많이 늘었다.
증가 폭이 가장 작은 지역은 동아시아 유교문화권(홍콩, 일본, 한국)이었으며, 이는 외로움이 감소한 유일한 국가인 한국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상호작용 분석에서 학교 외로움의 증가세는 초기 스마트폰 사용률이 낮은 국가에서 더 컸다"며 "이 때문에 2012년 스마트폰 사용률이 이미 87%였던 한국에서 외로움의 증가가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2012년까지 (외로움이 낮아지지 않은) 덴마크, 스웨덴 역시 스마트폰 사용률이 매우 높았던 점에서 다른 문화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청소년들이 대면 상호작용을 할 시간이 줄고 디지털 미디어에 시간을 더 들이게 됐다면서 "디지털 미디어가 대면 상호작용만큼 정서적 친밀감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최근 몇 년간 외로움이 더 많이 늘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보고서는 소셜미디어가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소외감과 '사이버 학교폭력'을 늘리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2018년 조사까지만 다룬 이 보고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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