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이어 삼성중·대우조선도 적자 전망
수주잔고 증가·선가상승도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이 올해 수주 목표를 6개월 앞당겨 달성하는 성과에도 후판가 상승이라는 악재에 2분기 9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빅3'인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도 같은 이유로 내달 실적 발표에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수주잔고 증가·선가 상승 등 호재로 하반기에는 개선이 전망된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8천97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3조7천97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순손실도 7천22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들어 6개월여 만에 152억 달러어치를 수주하며 수주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을 고려하면 시장 전망을 벗어나는 충격적 실적이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한국조선해양의 실적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은 건조 비용의 20%에 달하는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의 급등이다.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후판가는 연초 대비 60%나 올랐고, 설상가상으로 포스코[005490]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하반기 후판 공급가를 작년 동기 대비 2배에 가까운 t당 115만 원을 제시하며 조선업체와 협상에 나서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후판 가격 인상으로 예정원가 변화가 예상되면 수주잔고 점검 후 예상 손실에 대해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하는데 이 충당금이 2분기 실적에 대거 반영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도 이날 조선 부문에서 8천960억 원의 충당금을 선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한국조선해양을 포함한 빅3가 후판가 상승에 따라 반영할 충담금 규모가 1조6천억원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조선업체들이 주로 맺는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 계약 방식도 실적 충격을 이끌었다.
올해가 아닌 수주가뭄을 겪었던 2019~2020년 수주 실적이 2분기에 반영되면서 적자 폭이 커진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수주목표를 각각 71%, 80% 달성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내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우울한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고, 수주잔고 증가나 선가 상승 같은 호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후판가 상승은 철광석 가격 상승과 수요 확대, 공급감소에서 기인하는데 원자재가 대장 격인 유가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내 생산과 수입 증가로 후판 공급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한 수주로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잔고 전년 대비 지표가 지난달에 28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고, 이번 달에는 7.4%를 기록하며 2014년 12월 이후 최고를 기록한 것도 긍정적이다.
선가도 상승세다.
지난달 클락슨 선가지수는 138.5포인트를 기록하며 호황기였던 2004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또 해운 운임 상승과 '슈퍼사이클' 진입 기대로 선박, 해양플랜트 발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로 조선 시장이 친환경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도 국내 조선업체들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003530] 이봉진 연구원은 "국내 조선소는 12개월 평균 인도량 대비 2.6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고, 선가도 크게 오를 여지가 높다"면서 "후판가 급등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만은 없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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