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보다 빠른 위로 메시지 발표 주목…대중 유화 메시지 관측
라이칭더 부총통도 공개 위로 메시지 공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최소 32명이 사망·실종된 중국 허난성 정저우(鄭州)시 수해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총통 명의로 된 위로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만의 위로에 중국 역시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나타내면서 대만의 일부 전문가는 이를 계기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기후변화와 재난 공동 대응 등 비정치 분야에서부터 관계 개선을 도모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2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장둔한(張淳涵) 총통부 대변인은 전날 "차이 총통의 위로와 관심을 전한다"며 "차이 총통은 불행히 숨진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재해 지역이 조기에 수해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를 고대했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이 중국의 대형 재난재해와 관련해 직접 위로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중국 측에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오춘산(趙春山) 대만 단장(談江)대 중국대륙연구소 명예교수는 중앙통신사에 "과거 비슷한 (대중국) 위로 메시지는 대륙위원회나 해협양안교류기금회 등 기관을 통해 발표됐는데 이번에는 총통이 직접 전한 형태를 띠었다"며 "심지어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대륙위원회는 한국의 통일부와 같은 대만 정부의 대중 업무 담당 부처이며 해협양안교류기금회는 오랫동안 대만과 중국 간 대화에 관여한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기구다.
자오 교수는 "대만이 먼저 능동적으로 선의를 보였으니 바다 건너편(중국)도 대만이 보낸 선의를 느끼기를 바란다"며 "기후변화 의제가 국제사회의 관심 초점이 된 만큼 양안이 향후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 의제에서 협력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차이 총통의 대중 유화 메시지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하고 난 이후 최악의 상황에 놓인 가운데 나왔다.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도 대중 유화 목소리를 함께 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세계 공통의 적은 천재(天災)"라며 "중국 인민이 재난에 맞닥뜨린 때 우리는 진심으로 재해 지역에서 다시 사상자가 발상하지 않고 하루빨리 수해의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도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중국 정부의 대만 담당 부처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22일 낸 입장문에서 "대만의 유관 측과 각계 인사가 각종 형식으로 재난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위로의 뜻을 전했고 일부 기업은 재난 지역에 기부도 했다"며 "우리는 이에 감사의 뜻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 유관 측'이라고만 표현했을 뿐 차이 총통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대만 독립 지향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2016년 이후 중국이 외교·군사·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대만을 강력히 압박하면서 양안 관계는 크게 악화한 상태다.
게다가 미중 신냉전이 벌어지면서 미국과 대만이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에 중국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거론할 정도로 격렬히 반발하면서 중국-대만, 중국-미국 간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했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차이 총통은 조심스럽게 양안 관계 추가 악화 방지와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지난 2월 집권 민주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에서 중국 문제와 관련해 온건파로 분류되는 추타이싼(邱太三)을 대륙위 주임(장관)으로 임명했는데 일각에서는 대립적인 대중 정책 조정의 신호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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