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여전히 부진…반도체 품귀 3분기도 지속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권희원 기자 =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반도체 보릿고개'로 여겨졌던 올해 2분기에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쓰는 저력을 보였음에도 아직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며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이전보다 완화됐다고는 하나 3분기에도 일부 부품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우려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 현대차·기아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중국 여전히 부진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2분기 매출액 합계는 총 48조6천656억원으로 2010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역대 최고치다.
현대차는 작년 동기 대비 38.7% 증가한 30조3천261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30조원을 넘었고, 기아 역시 작년 동기 대비 61.3% 증가한 18조3천395억원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4년 2분기(2조872억원) 이후 7년만의 최고치를 달성했고, 기아 영업이익은 1조4천872억원을 기록해 작년 2분기의 10배로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기저효과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글로벌 산업 수요는 2천21만7천대로 작년 동기(1천436만대) 대비 40.8% 증가했다.
현대차의 2분기 판매를 권역별로 보면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차 중심의 판매가 늘며 2분기 도매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67.6% 증가했고, 소매 판매 역시 73.1% 증가했다.
유럽의 경우 백신 접종 증가와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소매 판매가 126.6% 증가했다.
인도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일부 셧다운에도 기저효과로 도매 판매가 306.0% 급증했고 중남미와 러시아 모두 경기 회복과 수요 반등으로 도소매 모두 작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다만 중국 시장의 부진은 여전했다. 중국 도매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19.7% 감소했고, 소매 역시 27.8% 감소했다.
기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시장의 경우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74.6% 증가하며 산업 수요(49.5%)를 넘어섰고, 서유럽(110.1%)과 인도(400.8%), 러시아(93.3%), 중남미(207.2%) 등에서도 판매가 급증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즈파오 등 주력 차종의 모델 노후화 등으로 작년 동기 대비 판매가 28.7% 급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그해 판매량이 반토막 난 이후로 줄곧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현지 생산·판매 법인을 각 사 대표이사 산하로 전환하는 등 중국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정면 돌파'에 나선 상태다.
◇ 하반기도 반도체 품귀 이어질 듯…양사 미묘한 '온도차'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정상화 지연 등으로 하반기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작년 말부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직격탄을 안긴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2분기를 정점으로 3분기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나 완전히 정상화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양사는 일부 품목의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3분기까지 이어진 뒤 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아직 정상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해 판매에 다소간의 차질이 예상된다"며 "5, 6월 차질로 현지 재고 감소가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는 이달에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브라질 공장의 가동을 일주일 넘게 중단했다.
지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보릿고개'일 것으로 예고했던 5월에는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사흘간 휴업한 것을 비롯해 울산 3공장과 4공장 2라인, 5공장 2라인도 이틀씩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비롯해 상반기 생산 차질만 7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본부장은 "생산 차종 전환, 휴무일 변경 등 생산 계획을 수시로 조정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며 "글로벌 공장 가동 중단이 일부 발생했으나 경쟁사 대비 양호한 생산 실적을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기아 역시 반도체 수급난으로 상반기 6만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상태다.
조상현 기아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전무)은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보유 재고를 최대한 활용하다 보니 글로벌 재고가 작년 말 53만대 수준에서 41만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4.5%)와 같은 수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통상 13만∼14만대의 재고를 보유해야 하지만 현재 6만대 가량이 부족한 약 7만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8∼9월 반도체 수급 상황이 다소 원활해져도 사업계획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향후 반도체 수급난에 대비해 대체소자 발굴, 부품 현지화율 확대, 공급업체 다변화, 선행 재고 관리 등의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 본부장은 "현재 전사 역량을 총동원해 반도체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공급 안정화를 위해 연간 발주를 추진하고 있으며, 실제로 올해와 내년 물량에 대해 연간 발주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기아는 3분기에 당초 사업계획 수준인 67만대, 4분기에는 특근 2∼6회를 통해 82만대로 생산을 늘리는 등 올해 국내 153만, 해외 128만대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이슈 외에도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신흥국 중심의 환율 변동성 확대 등도 하반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재확산도 변수다.
다만 콘퍼런스콜에서 양사간 미묘한 온도차도 엿보인다.
현대차가 하반기 이후 경영 환경 악화 가능성에 더 집중하며 웃음기를 뺐다면, 기아는 최근의 실적에 상대적으로 고무된 모습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미 상반기, 그리고 작년에 실적으로 증명했듯이 어려움이 있으나 이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돌파력은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당장의 요인으로 제품력이나 브랜드력이 영향을 받지는 않고 어느 정도 지속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주 본부장은 "텔루라이드, 쏘렌토, 카니발 등 좋은 제품이 이런 실적의 배경"이라며 "권역별로 여러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관리력도 타 브랜드 대비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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