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백신 불신 부른 美 과거…미접종 부부 3시간 차 사망

입력 2021-07-23 14:42  

흑인 백신 불신 부른 美 과거…미접종 부부 3시간 차 사망
흑인 남편, 역사 탓 코로나 백신에 거부감…10대 자녀 2명 남겨
미 당국, 흑인 대상 매독치료 실험 전력…흑인, 정부 잘 안 믿어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인도발 델타 변이가 확산세인 미국 조지아주에서 부부가 같은 날 3시간 간격으로 코로나19로 사망했다.
22일(현지시간) WSB-TV에 따르면 마틴 대니얼(53)과 트리나(49) 부부가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지난 6일 사망했다. 22년 동안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부는 같은 날 이처럼 수 시간 차이로 숨을 거뒀다.
부부는 18세 아들과 15세 딸을 뒀다. 주변에서는 학교 개학을 앞두고 부모를 잃은 두 자녀를 위해 모금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지금까지 7천 달러(800만 원)를 모금했다.
부부의 친척인 멜라니 대니얼에 따르면 남편 마틴은 백신에 대한 강한 불신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해왔다. 마틴은 인종차별 인체 실험이 행해졌던 앨라배마주 터스키기 대학의 졸업생이었다.
터스키기는 1930년대 미국 정부가 흑인을 상대로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을 시행한 곳이다.
당시 미국 보건당국은 매독 치료를 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상황을 관찰하기 위해 1932년부터 40년간 흑인 600명을 대상으로 비밀 생체 실험을 했다. 실험으로 흑인 7명이 매독으로, 154명은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 실험의 진상이 밝혀진 후 일부 흑인들은 미국 연방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백신 접종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전문가 집단 '코비드 공동프로젝트' 조사에 따르면 흑인 중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고 믿는 비율은 14%,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비율은 18%에 그쳤다.
부부의 조카인 코넬리어스 대니얼은 "흑인들이 백신을 믿지 않는 이유를 역사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나 역시 불행한 과거 때문에 한때 백신에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백신을 맞는 아내를 보고 나도 접종을 받았다"며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조지아주는 지난 5일부터 2주간 코로나 확진 건수는 505% 증가했지만, 백신 접종률은 39%가 줄었다고 주 보건부는 밝혔다. 22일 현재 조지아주의 백신 접종률은 44.8%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8번째로 낮다.
조지아주 정부는 백신 접종을 촉구하기 위한 홍보에 나섰다. 캐슬린 투미 주 보건부 장관은 22일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해리 더글러스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백신의 안전성을 홍보했다.
higher250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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