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공공 성격, 이탈리아 외 부동산은 투자 목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이 이탈리아 안팎에 5천 건이 넘는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도좌재산관리처(APSA)는 작년 기준 교황청 재무상태보고서 및 공공 예산 현황 자료를 2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자료에는 APSA가 보유한 부동산 세부 내역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APSA는 이탈리아에 4천51건, 영국 런던과 스위스 제네바·로잔, 프랑스 파리 등 해외에 1천120건 등 부동산 총 5천171건을 보유했다.
이탈리아 내 부동산의 92%는 바티칸시국을 품은 로마와 그 주변에 있으며, 86%가량은 교황청 사무실로 쓰이거나 교황청에서 일하는 사제·평신도들의 숙소 용도로 이용된다. 수도원과 병원, 학교 등 공공 성격의 부동산도 다수 있었다.
해외 부동산의 경우 대부분 투자 성격을 지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교황청이 보유 부동산 내역을 공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번 공개는 영국 런던 첼시 지역의 고가 부동산 매매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교황청 전직 간부 등에 대한 첫 공판(27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져 눈길을 끈다.
1967년 설립된 APSA는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의 고유 재산을 관리하고 임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 지출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하는 교황청 금융·재정 투명화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교황은 금융 개혁의 하나로 작년 말 국무원 등에 나누어져 있던 교회 기금 관리 기능을 APSA로 일원화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부동산 내역 공개 역시 금융·재무에 관한 한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교황의 의지가 실린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교황청은 재무 상태 보고서를 통해 작년 6천63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총 수입은 2억4천840만 유로, 지출은 3억1천470만 유로였다.
교황청은 애초 작년 적자 규모를 최소 6천800만 유로, 최악의 경우 1억4천600만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보다는 개선된 것이다. 2019년에 기록한 적자액 7천920만 유로보다도 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 속에 인건비와 해외 출장 경비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이 적자 폭 축소에 일조했다.
교황청 재정을 책임진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 알베스 재무원장은 교황청 관영 매체인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은 팬데믹 등으로 상황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예상보다는 좋았다"면서 "재정 상태의 꾸준한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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