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가구소득 14% 늘 때 주택 시가총액은 52% 급증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발(發) 자산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소득은 거북이걸음으로 증가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자산은 치타 급의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과도한 부동산발 불로소득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부동산이 없는 국민에게는 박탈감을 안긴다.
◇ 부동산 가격 급등에 가계 자산 광속 증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국민대차대조표에 의하면 가구당 순자산은 지난 2015년 말 3억8천515만원에서 작년 말엔 5억1천220만원으로 32.9%(1억2천705만원) 증가했다.
이는 이전 5년간 가계 순자산이 3억3천45만원에서 3억8천515만원으로 16.5%(5천470만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5년간 가구 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부동산 가격 급등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대차대조표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총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62.2%였지만 통계청의 작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가구 자산의 부동산 비중은 71.7%였다.
가계의 부동산 자산으로 볼 수 있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동산(건설자산+토지자산) 시가총액은 작년 말 현재 7천791조원으로 2015년의 5천440조원보다 43.2%(2천351조원) 증가했다. 이전 5년간의 증가율 21.8%(974조원)보다 배 이상 높다.
주거용 건물과 주거용건물 부속 토지 시가를 합한 가계의 주택 시가총액 변화를 봐도 이런 흐름은 비슷하다.
가계의 주택 시가총액은 작년 말 현재 5천344조원으로 2015년의 3천521조원보다 51.7%(1천823조원)나 늘었다. 이전 5년간의 증가율 25%(706조원)보다 증가율은 배, 증가액은 2.58배에 달한다.
반면 소득 증가는 더뎠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작년 가구당 경상소득은 5천924만원이었고, 지난 2015년은 약 5천197만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가구당 경상소득이 13.9%(727만원) 증가한 셈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소득 산출 기준이 2018년 변경되면서 장기 시계열로 소득 추이를 비교하기 어려워 그 이전 소득은 당시의 소득 증가율을 적용해 역산한 것이다.
◇ 자산 쏠림으로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 가격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자산 불리기가 어려워지자 가계는 아파트, 주식 등에 영끌 빚투를 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631조원으로 2015년 말(1천137조원)보다는 43.4%(494조원), 10년 전인 2010년 말(793조원)보다는 100%가 넘는 838조원이 늘었다.
게걸음 소득 증가 속에서 결국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한 가계는 자산 증가의 혜택을 누렸으나 무주택자나 투자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자산을 늘리기가 어려웠다. 갈수록 자산 양극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빚을 내 자산을 불린 가계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거나 금리가 오를 경우 그만큼 위험은 높아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성장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서 자산이 증가하는 것은 부동산의 부가가치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유동성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 자산이 느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성 교수는 "부채를 일으켜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로 인해 자산이 증가할 경우 금리 상승 등의 긴축기에는 가계의 부담 증가로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부동산 보유자와 무주택자, 빚이 없는 부동산 보유자와 빚이 있는 보유자 사이의 양극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부담 요인이다"고 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민 자산이 증가한 것 자체는 좋은 것이다"라면서도 "버블 붕괴 등으로 자산 가치가 꺼질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데다 부유층으로의 자산 쏠림으로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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