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유대주의 담당특사 사무실 근처 엘리베이터서 '스와스티카' 발견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국무부 건물에서 나치 상징 문양인 스와스티카가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돼 국무부가 발칵 뒤집혔다.
27일(현지시간)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있는 국무부 본부 건물 내에서 한 엘리베이터 벽에 새겨진 스와스티카가 전날 발견됐다.
이 엘리베이터는 반(反)유대주의를 감시하고 이에 맞서기 위해 조만간 임명될 특사 사무실 근처에 있는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인도와 쿠웨이트를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를 보고받은 뒤 전 부서에 이메일을 보내 이 같은 공공기물 파손 행위를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증오의 낙서는 제거됐고, 조사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고통을 상기시키듯 반유대주의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여전히 세계에서, 우리 가까이에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혐오스러우며 미국과 국무부를 비롯한 그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며 "우리는 일어서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대인 동료들을 향해 "우리가 당신들의 봉사에 얼마나 감사해하며, 당신의 동료가 되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알아달라"고 했다.
악시오스는 "이번 일은 미국 외교정책 중추기관 내부의 안보와 반유대주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블링컨 장관의 의붓아버지는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다. 그의 부친은 폴란드 비알리스토크 학교 재학생 900명 중 한 명이었지만 강제수용소에서 4년을 보낸 뒤 탈출해 미군에 의해 구조된 유일한 생존자다.
블링컨 장관은 작년 말 장관 지명 소감을 밝히면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국무부는 전 세계 285곳에 7만여 명의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본부를 중심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늘고는 있지만 대유행 탓에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본부 내 모든 엘리베이터는 경비 구역에 포함돼 있고 보안 카메라가 곳곳을 비추고 있다. 유니폼을 착용한 경비원들도 상당하다.
물론 직원 외에도 보안 검사를 거친 일부 외부인은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앞서 정부 관계자는 이달 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울 특사를 지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카라 맥도널드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가 특사 사무실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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