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추정치 10배…발전소·공장 등 처럼 2차 배출원도 규제 필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주방 연료나 페인트, 살충제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생활화학용품에서 나오는 초미립자로 인한 공기 오염이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UPI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진은 일상 화학용품 사용에 따른 초미립자 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간 34만~90만 명에 달한다는 결과를 '유럽 지구과학학회'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대기 화학·물리학'(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에 발표했다.
이런 조기사망자 수는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 10배나 많은 것이다.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립 해양대기국(NOAA)의 대기 오염 자료와 생활화학용품 사용 자료 등을 활용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콜로라도대학 환경과학협력연구소(CIRES)의 벤저민 놀트 박사는 "조기 사망을 줄이려면 석탄화력발전소나 교통 분야를 규제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이전의 생각이었다"면서 "이 분야가 물론 중요하지만, 세제나 페인트 제품, 기타 일상 화학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주요 오염원에 근접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연구를 통해 보여줬다"고 했다.
대기 오염을 다루는 대부분의 연구는 PM 2.5로 불리는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 초미세먼지는 연간 300만~400만명의 조기 사망을 유발하는 것으로 연구돼있다.
이때문에 각종 규제가 이뤄지고 필터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전소나 공장, 차량 등 직접적인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PM 2.5는 줄어들었지만, 일상 화학용품에서 나오는 간접적인 "2차 무기물"(secondary inorganic) 입자 배출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시되고 연구도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선 지난 20년간 뉴욕과 베이징,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대기질을 분석한 11개 연구에서 2차 무기물 배출원 관련 자료를 뽑아냈다. 그런 다음 지역별 화학물질 배출과 위성 자료를 결합해 대기질 컴퓨터 모델로 지역별 배출 양상을 확인하고 이를 지구 차원으로 확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주방 연료나 페인트, 세제 등 일상 화학용품 사용과 초미세먼지 오염이 강력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결과는 휘발성 화학제품이 자동차 배기가스만큼 입자 오염을 시킨다는 이전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NOAA 화학실험실의 환경공학자 브라이언 맥도널드 박사는 이와 관련, "새로운 것은 이 문제가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 등 3개 지역 도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정책결정자와 당국이 더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하길 희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CIRES의 화학자 호세-루이스 히메네스 교수는 "생활화학용품이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생각해 규제 대상이 되지 않아왔다"면서 "공기 오염이 건강과 치사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걱정한다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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