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못찾는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막판 기싸움 '팽팽'

입력 2021-07-31 06:31  

돌파구 못찾는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막판 기싸움 '팽팽'
협의체 구성 두 달 되도록 성과 없어…판매보다 '매집'이 쟁점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협의체를 구성한 지 두 달이 되도록 절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등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6월 9일 출범한 협의체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해 만든 협의체로 완성차 업계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중고차 업계가 참여하고 있다.
협의체는 3개월 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안건을 중소기업벤처기업부로 넘긴다는 방침에 따라 일단 다음달 말까지 막판 협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는 특히 현대차의 중고차 매집 허용 여부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신차를 고객에게 인도하면서 기존 차를 매집해 일부는 판매하고, 나머지는 경매를 통해 중고차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가 중고차를 판매하는 것은 일정 수준까지 허용하더라도 매집만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가 매집 권한을 갖게 되면 매물을 싹쓸이해 갈 뿐 아니라 5년·10만㎞ 이하의 '알짜 매물'은 직접 판매하고, 남는 매물만 기존 중고차 업계가 판매하게 됨으로써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물량을 독식하지 않기 위해 5년·10만㎞ 이하의 중고차만 판매하겠다는 상생안을 내놓은 바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맞지만, 매집과 관련된 부분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아니다"며 "완성차 업체가 매집을 하겠다는 것은 중고차 물량을 모두 쓸어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돼 왔다.
2019년 초 지정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에 대해 그해 11월 부적합 의견을 냈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의 입장 차이가 큰 탓에 1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번 협의체는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기서도 합의를 하지 못하면 중기부가 안건을 넘겨받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협의체에서는 중고차 판매와 관련해 완성차 업체가 약 260만대의 전체 물량 중 10%까지만 취급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대신 중고차 판매 플랫폼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판매는 기존 중고차 업계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제는 판매가 아닌 매집이 논의의 쟁점이 된 탓에 절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식과 주행거리, 차종을 고려해 완성차 업체가 매집할 수 있는 차량을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he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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