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지인들 백신 거부 정서에 "접종 알리지 말아달라" 당부
정치적 이유로 백신 안 맞다가 '살 확률 20%' 선고에 뒤늦은 후회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거부 정서가 강한 미국 일부 지역에서 주민들이 죄인처럼 몰래 백신을 맞는 사례가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미주리주에서 일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가족과 친척, 친구들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비밀리에 주사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주리주 오자크스 헬스케어 병원의 의료정보 최고책임자 프리실라 프레이즈 박사는 백신 접종자들이 의료진에 익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일부는 변장까지 한다고 밝혔다.
그는 "몇몇 사람은 외모를 알아볼 수 없도록 위장하고 '내가 백신을 맞았다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다"며 "이 사람들은 가족과 직장 동료들이 자신의 백신 접종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지 매우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어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그런 압박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모두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NYT에 따르면 미주리주에선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29일 기준 7일 평균 신규 감염자는 2주 전과 비교해 39% 늘었고 입원 환자는 38% 증가했다.
하지만 미주리주 백신 접종률은 41%로, 미국 전체 접종률(49%)에 못 미친다.
오자크스 헬스케어가 있는 미주리주 하월 카운티에선 2차 접종까지 완전히 마친 주민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백신 접종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자유에 해당한다는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되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AP 통신은 보수주의자를 자처한 미주리주의 31살 남성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를 보도했다.
미주리주 주민 대릴 바커는 최근 코로나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살 확률이 20%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바커 부부와 다른 8명의 친척도 코로나에 걸렸다.
델타 변이로 주 전역에 환자가 급증하면서 바커는 12개 병원을 전전한 끝에 겨우 입원했고 인공호흡기를 착용했다.
바커는 천천히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중태라고 의료진은 전했다.
바커는 힘겹게 숨을 쉬면서 "우리는 강력한 보수 가족이었고 백신 접종도 강하게 반대했다"고 고백했다.
AP통신은 바커는 아내와 6살 아들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회복이 되면 백신을 맞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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