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호조를 이어온 수출이 7월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수출은 554억4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9.6% 증가했다. 지난 1956년 수출 통계를 작성한 이래 월간 수출액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로 종전 기록인 2017년 9월의 551억2천만 달러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기업들의 휴가가 집중돼 수출이 부진한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7월에 작성된 기록이어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보다 39.6% 증가한 110억 달러를 기록해 품목별 1위를 굳건히 지킨 가운데 석유화학(59.5%), 일반기계(18.4%), 자동차(12.3%), 컴퓨터(26.4%) 등 다른 주력 품목들의 수출 역시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바이오헬스(27.2%), 이차전지(31.3%), 화장품(11.7%) 등 신성장품목의 수출도 견실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도 9대 주요 지역 수출이 모두 증가했고 중국과 미국, EU, 아세안 등 4대 주력시장은 역대 7월 수출 1~2위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이 특정 품목이나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두루 고무적인 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전망도 밝다. 산업부는 세계 경제 및 교역의 뚜렷한 회복세와 수출단가 상승세의 지속, 기업들의 체감 수출 경기 개선 등을 들어 하반기에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수출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져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4개월 연속 20% 이상 성장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비수기에 사상 최고 기록까지 경신한 이번 수출 통계는 우리 경제의 저력을 새삼 확인케 했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이어져 온 코로나 국면에 지친 국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줄 좋은 소식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세계 시장의 여건이나 수출 전망이 장밋빛 일색이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적어도 하반기까지는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많은 위기 요인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 기록적인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을 바로잡기 위한 주요국들의 통화 정책에 수반되는 위험,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전 세계 무역 시장에 미치는 여파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우리 수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산업이 직면한 위기 요인들도 적지 않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는 전 세계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커다란 도전으로 닥쳐온다. 해상운송 비용의 급증과 수출입 물류 애로, 부품 공급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역시 많은 기업에 어려움을 안기고 있다.
특히 주요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의 와중에 몰아닥치는 파도는 너무 높고 거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영역 밖인 정치·정책적 요소들이 함께 엉켜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헤쳐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요국들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한 몸이 돼 전략산업의 재편 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을 종합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아직도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혜 논란' 등을 이유로 주저하는 기류가 있는 듯하다. 특정 기업이나 재벌에 대한 특혜와 국가의 명운이 걸린 미래산업에 대한 전략을 혼동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가 간 경쟁에서 이기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화의 시대에 국가 차원의 산업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구문이 됐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한층 강해진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책 마련에 정부와 기업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수출의 저변 확대와 대기업 위주 경제 체질의 개선을 위해서는 전략산업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소기업 진흥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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