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파트 등 전체 매수 중 중국인 0.6%…제주도는 0.9%
강남 3구는 미·캐나다 최다…中은 구로·금천·영등포 집중
외국인 토지 보유 미국이 0.13%로 1위…0.02% 중국, 유럽·일본과 비슷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중국인들 매수세가 더 무섭네요"
지난달 28일 부동산 정보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이용자가 올린 게시글의 제목이다.
회원 수가 160만명 이상인 이 커뮤니티에는 최근 "중국인들이 국내 아파트를 사들여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점령해 한국은 조만간 중국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널리 확산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대부분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에 관한 국내 매체 보도를 근거로 한다.
실제로 최근 국내 여러 매체가 "중국인 부동산 투자 규제해야…우리나라, 곧 중국화 될 것", "부동산, 그동안 중국인이 다 사들였다", "중국인이 한국 땅 다 산다" 등과 같은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경계하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 지난해 아파트·빌라 전체 매수인 중 중국 국적자 0.6%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서 최근 5년간 전국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 대해 등기를 완료한 매수인(개인·법인·국가기관·지자체) 현황을 파악한 결과 중국인의 비율은 전체 매수인의 1%가 채 되지 않았다.
이 비율은 2016년 0.4%, 2017년 0.5%, 2018년 0.7%, 2019년 0.7%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0.6%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매수 건수는 2016년 약 151만건, 2017년 152만건, 2018년 154만건, 2019년 139만건, 2020년 179만건이다.
이중 중국인의 집합건물 매수 건수는 2016년 6천230건, 2017년 7천826건, 2018년 1만15건으로 증가세였다가 2019년 9천658건으로 하락한 뒤 지난해 다시 1만559건으로 상승했다.
비율로만 보면 최근 5년간 국내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을 산 중국인은 전체 매수의 0.4∼0.7% 수준으로, 이를 두고 국내 부동산 시장을 흔들 정도로 '점령' 혹은 '싹쓸이'했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산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월등히 많았다.
지난해 국내 집합건물을 매수한 국적별 순위는 중국(1만559건), 미국(1천662건), 캐나다(613건) 등이었다.
이런 순위는 최근 5년간 변하지 않았다.
2016년과 2020년을 비교해보면 다른 외국 국적자의 집합건물 매입 건수는 이렇다 할 변동이 없었지만 이 기간 중국인은 70%(6천230건→1만559건) 증가해 눈에 띄었다.
◇ 강남 3구 매수 외국인은 미·캐나다인이 중국인보다 많아
전국 단위가 아닌 서울로 좁혀보면 집합건물 매수 건수 중 중국인 매수 비율은 2016∼2019년까지 매년 0.5%였고 지난해엔 0.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중국인 집합건물 매수 비중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았던 셈이다.
서울 중에서도 고가 부동산이 많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선 중국인 매수 비율이 0.1% 수준이었다.
강남구의 중국인의 집합건물 매수 비율은 2016년 0.04%(8건), 2017년 0.06%(10건), 2018년 0.06%(9건), 2019년 0.10%(14건), 지난해 0.10%(13건)였다.
서초구와 송파구에서도 중국인의 매수 비율은 지난해 각각 0.06%(7건), 0.16%(29건)로 높지 않았고, 이전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들 강남 3구의 외국인 매수 건수를 보면 미국과 캐나다인이 중국인보다 대체로 많았다.
강남구는 지난해 미국인의 매수 건수가 50건으로 외국 국적자 중 가장 많았고, 캐나다인이 26건, 중국인이 13건 순이었다.
서초구 역시 지난해 미국인이 47건으로 최다였고, 캐나다 27건, 중국 7건으로 강남구와 추세가 같았다. 송파구는 미국인이 31건으로 최다였고 중국이 29건으로 캐나다(14건)를 앞섰다.
서울의 구별로 보면 지난해 중국인의 집합건물 매수 건수는 25개 구 가운데 강남 3구는 하위권이다. 송파구가 16위이고, 강남구가 23위, 서초구는 최하위다.
중국인이 지난해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가장 많이 산 곳은 구로구(251건), 금천구(170건), 영등포구(117건) 등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등록외국인 중 중국인이 43만2천1명(한국계 중국인 포함)으로 가장 많고, 이 중 약 13.7%(5만9천273명)가 서울 구로구, 영등포, 금천구에 몰려있다.
중국인의 '부동산 쇼핑'이 집중된다고 소문 난 제주도는 중국인의 집합건물 매수 비율이 서울보다 높은 편이었다.
2016년 1.9%, 2017년 1.6%를 기록한 데 이어 2018년 2.1%까지 올랐다가 2019년 1.1%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0.9%였다.
◇ 미국인, 한국땅 0.13% 보유해 외국인 중 최대…2위 중국은 0.02%
외국인의 토지 매입 현황도 중국인의 비중이 가장 높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4월 발표한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는 전체 253.3㎢로 전 국토면적의 0.25%였다.
이중 가장 많은 토지를 보유한 국적은 미국이다. 미국인은 전국에 약 133㎢의 토지를 보유해 전 국토의 0.13%를 차지했다.
중국인이 보유한 토지 면적은 전 국토의 0.02%에 해당하는 20㎢(여의도의 7배 면적)로, 미국인의 약 7분의 1 수준이다.
유럽과 일본인이 각각 18㎢, 17.8㎢를 보유해 중국인과 비슷했다.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구매와 관련해 확산한 '내국인에 비해 느슨한 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든, 상가 등을 구매할 때 받는 비주택담보 대출이든 외국인에게도 내국인에 대한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외국인이라고 해서 대출에 혜택을 주는 규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인이 자국 은행에서 대출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이를 부동산 구매에 쓰는 경우엔 국내 은행의 대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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