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보스턴대·한양대 공동연구…"뇌질환 치료 기대"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헌팅턴병을 유발하는 신경세포 손상 기전을 발견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류훈 책임연구원과 이정희 보스턴대 의과대학 교수, 서혜명 한양대 분자생명과학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헌팅턴병 환자의 신경세포가 사멸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하하는 현상의 원인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헌팅턴병은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으로, 30∼40세 전후에 발병한다. 유전으로 발병하며 치료 방법이 없다.
부모 중 한쪽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상태에서 상염색체 우성유전자를 물려받으면 헌팅턴병에 걸릴 수 있다.
헌팅턴병을 발병시키는 헌팅턴 단백질은 뇌 부위 중 일부인 선조체의 신경세포를 파괴해 팔과 다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도록 한다. 그러나 헌팅턴 단백질이 선조체 신경세포를 훼손하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헌팅턴병 환자 사후 뇌 조직과 마우스·세포모델 실험 등을 통해 헌팅턴병에 걸리면 신경세포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XIAP 단백질이 줄어들 때 p53 단백질이 활성화해 비정상적인 세포손상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통상 미토콘드리아 내 존재하는 XIAP 단백질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p53 단백질을 분해해 세포 손상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헌팅턴병에 걸리면 XIAP 단백질은 감소하고 증가한 p53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세포 손상을 촉진하게 된다.
류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성과로 질병 원인 파악과 치료에 한층 가깝게 다가가게 됐다"며 "헌팅턴병뿐만 아니라 치매 또는 파킨슨병과 같은 다른 퇴행성 뇌 질환의 병리기전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프로그레스 인 뉴로바이올로지(Progress in Neurobiology)'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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