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 고급 시계 매출 40% 넘게 증가…'보복소비' 영향
마니아층 확대…시계 전문 유튜브·잡지도 인기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지난 6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더 사운드메이커'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스위스 시계 제조사 예거 르쿨트르가 주관해 기계식 시계의 일종인 '차이밍 워치'(Chiming Watch)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차이밍 워치란 시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을 지닌 시계다. 극도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해 기계식 시계 기능의 '끝판왕' 중 하나로 알려졌다. 가격은 수천만원에서 10억원대까지 달한다.
주최 측은 "예거 르쿨트르가 한국에서 전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을 고려했다"면서 "시계 마니아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롤렉스, 오메가, IWC 등 고급 시계로도 향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명품 시계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6%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증가율(18%)의 배 이상이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수입 시계 매출은 40.3%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시계·주얼리 매출이 65.6% 뛰었다.
대개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급 시계 판매량이 늘어난 배경은 '에루샤'의 경우와 비슷하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 수요가 평소 쉽게 살 수 없는 고가 상품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MZ세대(1980∼2000년대생) 중심으로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확산하고, 중고시장에서 일부 인기 브랜드 시계의 가격이 치솟으며 투자대상으로 주목받는 점도 영향을 줬다.
고급 시계 수요가 커지자 제품 생산 과정, 작동 원리, 브랜드 역사 등에 흥미를 느끼는 '덕후'(마니아)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 자신의 '컬렉션'(수집품)을 소개하고 신제품 정보와 평가를 공유한다.
시계 전문 유튜브 계정 '와치빌런'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구독자가 약 1만8천명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난 한 해 늘어난 구독자 수와 비슷하다.
'시덕'(시계 덕후) 증가 현상은 시계 전문매체의 인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계잡지 '크로노스 코리아'는 2009년 창간 이후 판매량이 연평균 약 5%씩 늘어났다가 최근 1년 새 약 25% 뛰었다.
크로노스 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요인도 있지만, 특히 일부 브랜드 제품이 투자 가치가 있다고 알려지자 시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소수 브랜드에만 몰렸던 수요가 최근 다양한 시계로 분산되는 모습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롤렉스 등 인기 브랜드 가격이 워낙 뛰고 재고도 부족해지자 소비자들이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면서 "이른바 '롤렉스 풍선효과' 때문에 시계 시장 전반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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