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외식 자영업 '직격타'…"다른 일자리 구하고 싶은 심정"
"세금 감면, 임대료·인건비 지원으로 비용 부담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종로의 한 낙지볶음 음식점은 계란 가격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계란말이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이 음식점에는 "계란 구입이 어려워 계란말이를 당분간 서비스로 드리지 못합니다. 주문은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고객 급감에 식자재 가격급등,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외식업계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한식당을 하는 A씨는 "야챗값이 너무 올라서 손익 분기점을 계산할 의미가 없어졌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오후 6시 이후 매출이 끊겨 지난 12일간 아예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A씨는 "계속 닫자니 망했다고 소문이 날까 봐 할 수 없이 다시 열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마저 올라서 걱정인데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만 있다면 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농축산물 가격 급등, 내년 최저임금 5.1%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해 6월 7∼25일 전국 음식점 주인 1천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8.0%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한식당 점주(425명) 중 매출이 줄었다는 응답은 84.0%에 달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고 최근에는 더 악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올해 2분기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69.84로 1분기 대비 2.58포인트 상승했지만 기준치 100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업종별로 보면 주점업(59.64)과 한식당(69.12), 중식당(69.97)의 불황이 두드러진다.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 음식점(78.81), 비알코올 음료점(75.39) 등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최근 가파르게 뛰는 식자재 가격도 음식점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7% 올랐다.
계란(57.0%), 마늘(45.9%), 고춧가루(34.4%), 부추(12.2%), 미나리(11.7%), 닭고기(7.5%)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음식점은 중간 상인을 통해 식재료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격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이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각종 비용 부담까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특히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서 이번 주말까지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기간이 연장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걱정과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테이크 아웃 점포보다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은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격은 올릴 수 없는 영업 환경인데 식재료비와 인건비는 지속해서 상승해 수익성 개선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소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음식점 휴·폐업과 인건비 절감을 위한 종업원 해고를 막으려면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세금 감면, 임대료·인건비 지원 등 영업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