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심해질까 물 안 마시면 탈수로 증상 악화할 우려
설사는 해로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려는 우리 몸의 노력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 갑작스럽게 발생한 구토와 설사로 응급실에 방문한 25세 여성 환자. 물만 마셔도 토하고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더 심해져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상태로 내원했다. 심한 복통과 39도 이상의 고열을 호소해 복부 CT(컴퓨터 단층촬영)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결과 식중독으로 인한 급성 위장대장염이 진단됐다.
5일 고온다습한 날씨가 연일 지속하면서 식중독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 시기에는 세균이 활발하게 번식하면서 조금만 방심해도 식중독에 걸리기 쉽다. 비위생적인 환경이나 실온에 방치했던 음식을 먹는 건 되도록 삼가야 한다.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균에는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장염 비브리오균 등이 있다. 바이러스로는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장관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꼽힌다. 세균성 식중독은 여름에, 바이러스성 식중독은 겨울에 주로 발생한다.
식중독 치료의 기본 원칙은 구토나 설사로 인한 몸 안의 수분과 전해질 손실을 보충하는 것이다.
식중독 환자는 계속되는 구토와 설사로 탈수가 나타나고 전신이 무기력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특히 환자들은 음식이나 물을 마시면 설사가 더 늘어날까 봐 겁이 나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탈수가 심해져 회복이 늦어지므로 적당한 수분을 섭취하는 게 낫다. 대개 이온 음료나 물을 하루에 1ℓ 이상 마시는 게 좋다.
다만 구토나 복통으로 인해 입으로 물을 포함해 아무것도 넘기기가 어려울 때는 수액 주사를 맞아야 한다.
설사 역시 해로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설사를 멎게 하려고 임의로 지사제를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사제가 오히려 독소의 배출을 막아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진단 하에 사용해야 한다.
가벼운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기도 하지만 탈수가 심해지거나 설사가 좀처럼 멎지 않고 고열에 시달릴 경우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고열이 심하면 항생제 등을 처방받기도 한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신선한 음식을 골라 섭취 전에 충분히 익히고,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게 최선이다. 음식 재료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야 한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2차 오염이 생기지 않도록 도마나 칼 등 조리도구를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 조리와 식사 전후에 깨끗하게 손을 씻는 것도 필수다.
젖은 행주를 오래 방치하면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행주는 삶고 말려서 사용하거나 일회용 타월이나 물티슈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고기나 어패류는 조리할 때 반드시 내부까지 완전히 익도록 가열해 섭취하고, 조리한 음식을 바로 먹지 않는 경우에는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도시락이나 김밥 등 조리식품은 구매 후 4시간 이내에 빨리 먹는다.
최정민 상계백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는 "가정에서는 칼, 도마, 음식 재료를 흐르는 물에 세척한 후에 사용하고 조리 도구를 야채용, 고기용, 생선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음식은 남기지 않을 만큼 적당히 준비하고 남기는 경우에는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찌개나 국의 경우에는 한 번 더 끓여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음료수는 개봉 후에 되도록 빨리 마시고, 약수터를 이용할 때는 수질 검사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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