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집세가 없어 어린 두 자녀와 거리 생활을 경험했던 미국 정치인이 같은 위기에 내몰린 수백만 명을 구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말로 만료된 임차인 퇴거 유예 조치를 연장키로 한 배경에는 민주당 소속 코리 부시 연방하원 의원의 노력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초선인 부시 의원은 지난달 말부터 워싱턴DC의 의사당 밖에서 노숙하면서 퇴거 유예 조치 연장을 요구했다.
앞서 퇴거 유예 조치 연장법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하원 휴회로 동료 의원들은 대부분 휴가를 떠난 상황이었다.
무모해 보였던 부시 의원의 노숙 투쟁은 여론을 움직였다. 미국 언론이 부시 의원의 외로운 싸움을 취재하는 등 관심이 확산하자 민주당 지도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코리 의원을 만났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백악관 인사들에게 퇴거 유예 조치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 임차인 퇴거를 금지하는 새로운 유예조치를 발표했다.
의회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된 상황에서 행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할 권한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36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퇴거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를 놓고 폴리티코는 "퇴거와 노숙을 경험한 부시 의원의 노력에 힘입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일단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45세인 부시 의원은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직후인 지난 2001년 퇴거 조치를 당했다.
임신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월세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시 의원은 14개월인 첫째, 신생아인 둘째와 함께 SUV에서 수개월간 숙식해야 했다. 이유식은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만들었다.
부시 의원은 당시 상황을 "끊임없는 불안정"으로 표현했다.
경찰과의 마찰이 두려웠고, 자녀의 양육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고, 유일한 재산인 자동차를 압류당하지 않을까 항상 마음을 졸였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미주리주의 첫 흑인 여성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저소득 노동자를 위한 법안 발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시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퇴거 유예 조치 연장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의 관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이 조치가 시행되는 것을 원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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