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영국·독일도 남중국해서 중국과 대치 원하지 않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이 동맹과 인도·태평양에서 대규모 훈련을 시작하고, 영국과 독일 군함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중국 압박에 나섰지만 사실은 모두 중국을 진짜 자극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홍콩매체가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과 동맹을 향해 해당 지역에서 자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중국의 핵심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독일의 속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복잡하다는 해석이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건의 기사를 통해 미국, 영국, 독일이 나란히 중국 앞바다에서 '무력' 과시에 나섰지만 각기 입장이 다르며 중국 역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 미국, 40년만에 인도·태평양서 대규모 훈련…"중국 핵심은 안 건드릴것"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2일 역내에서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전군이 동원된 대규모 육해공 합동 훈련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는 영국, 호주, 일본군도 참여한다.
미군의 이같은 대규모 훈련은 냉전이 정점을 찍었던 198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함께 한 훈련 이후 처음이다.
해군함정 약 36척과 50여개 부대가 훈련에 참여해 지상 훈련, 육지 상륙, 공중 작전, 해상 작전 등을 전개한다.
미 해군은 이번 훈련이 경쟁자들을 향해 미군이 전쟁에 준비돼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날 인도도 곧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회원국과의 훈련을 포함해 두달 동안 군함은 남중국해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중국군도 남중국해에서 오는 6~10일 훈련을 진행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브래드 글로스먼 일본 다마대 방문교수는 "미군의 이번 훈련은 중국에 보내는 신호이지만 동시에 역내 다른 모든 적들을 향해 미국과 안보 파트너가 경계를 하고 있고 역량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미군은 그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많은 훈련을 진행했다면서 이번 훈련으로 역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최근 몇년 중국을 겨냥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들은 너무 멀리 가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핵심을 의도적으로 건드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둔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훈련을 통해 자신들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영국 군함, 남중국해 항해…중국 인공섬 근처는 피해
영국은 지난 5월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출항시키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과 필리핀해에서 훈련하는 것을 포함해 연말까지 아시아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CMP는 이 항모전단이 최근 남중국해에 진입했지만 중국의 인공섬 근처는 항해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영국군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주 초 남중국해에 진입했으며, 지난 2일 남중국해를 떠나 필리핀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SCMP는 전날 중국 외교부가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영국 항모전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의 12해리 이내 해역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자사에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다른 나라 해군 함정이 남중국해를 통과할 때 국제법을 준수하길 바라고 연안국의 주권과 권리를 존중하고 역내 평화를 해치는 행동을 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CMP는 인민해방군 소식통을 인용, 중국군이 "남중국해에서 영국 항모전단의 주목받지 않은 전개에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역내에서 다른 나라들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것을 환영하지만 도발적인 목적의 해군 전개는 반대한다며 "중국군은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 해군사관학교 교관 출신 군사전문가 루리시(呂禮詩)는 "이는 영국이 미국을 따라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으려 할 경우 경제적, 기술적 그리고 다른 수단을 포함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 소식통도 영국 가디언에 중국군이 도발에 대해 경고한 후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마카오 군사전문가 앤서니 웡(黃東)은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은 '구단선'에 진입함으로써 이미 중국 주권에 도전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웡은 "영국 항모전단은 올해 말까지 아시아·태평양 항해를 이어갈 것이며 이들이 중국이 영토라고 주장하는 섬들의 12해리 안에 진입할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 독일 군함도 아시아로…상하이 기항 놓고 내홍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연방방위군은 독일 프리깃함 바이에른이 8월 2일부터 6개월간 지중해와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인도, 호주와 동아시아까지 항해한다고 발표했다. 도중에 호주와 싱가포르, 일본 등에 들르고 미국 해군과 군사훈련도 한다고 설명했다.
SCMP는 바이에른호의 여정에 막판에 상하이 기항이 추가됐으며 이는 독일 정권의 내홍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독일 매파 국방장관과 미국, 프랑스, 영국의 강한 압력으로 독일은 19년만에 처음으로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내게 됐고, 그 과정에서 중국 연안 12해리 이내 해역을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달래기 위해 바이에른의 여정에 상하이 기항이 막판에 추가됐다"며 이를 놓고 마치 남중국해 진입에 앞서 독일이 중국의 허락을 구하고 중국을 도발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이 이러한 독일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은 지난 3일 독일이 역내 통과에 대한 더 분명한 설명을 제시할 때까지 상하이 기항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고 SCMP는 전했다.
신문은 "독일이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분쟁지역을 순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함이 아니라 동맹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여러 전문가가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상하이 기항은 독일이 그간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으려 노력해온 입장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한스 쿤드나니 분석가는 "독일이 남중국해에 가기 전 상하이에 들르겠다고 한 것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도전하기 보다 그것을 강화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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