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 혐의 힌두교 소년 보석 석방에 군중 항의
칸 총리 "사찰 복원 약속"…인도, 파키스탄 대사 불러 항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파키스탄 동부에서 이슬람교도들이 힌두교 사찰을 파괴하고 불을 지르는 등 소요를 일으키자 당국이 군병력을 파견해 대응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동부 펀자브주 라힘 야르 칸 지구의 도시 봉에 있는 한 힌두교 사찰이 이슬람 군중의 습격을 받았다.
1층짜리 사찰 내로 진입한 군중들은 쇠막대로 힌두교 신상 등 집기와 건물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들 군중은 신성모독죄로 체포된 8세 힌두교 소년이 보석으로 풀려나자 항의하면서 이런 공격을 저질렀다.
이 소년은 이슬람 학교 내 종교 서적이 보관된 도서관에서 고의로 소변을 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파키스탄의 신성 모독법은 이슬람의 교조 예언자 무함마드나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모독하는 자에 대해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매우 엄격하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파키스탄 당국은 전날 현지에 준군사요원을 파견, 해당 사찰과 힌두교 공동체 경비에 나섰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이번 힌두교 사찰 공격을 비난했다.
그는 직무 소홀로 이번 공격을 유발한 경찰 간부들에게는 조처를 하라고 주 경찰청장에게 지시했다며 "사찰도 복원하겠다고 주정부에 약속했다"고 밝혔다.
힌두교도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이웃나라 인도는 뉴델리 주재 파키스탄 대사를 불러 이번 소요에 대해 항의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무슬림 비중이 97%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아 힌두교나 기독교 등 소수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12월에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콰주에서 이슬람 군중이 100년 이상 된 힌두교 사찰을 부수고 불태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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