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경고 날렸지만…규제는 고심

입력 2021-08-08 06:25  

당국,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경고 날렸지만…규제는 고심
한투연 "행동직전 대상 공개 등 새 전략 준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이달 감행을 예고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두고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국은 특정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운동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고를 보냈지만, 혐의를 적용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내부에선 조심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최근 한투연의 반(反)공매도 운동 관련 움직임을 들여다보면서 위법행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 1월 미국 증시에서 공매도에 맞서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사들인 개인 투자자의 단체 행동을 본뜬 것으로, 한투연은 지난달 15일 이를 시범적으로 실행했다.
이후 한투연이 오는 10일 주식 매수 운동을 본격 개시하겠다고 예고하자 지난달 말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특정 종목 집중 매수에 대한 유의사항을 이례적으로 배포, 형사 처벌을 언급하며 경고를 보냈다.
특정 운동을 전개해 다른 투자자의 매매를 인위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지난 2월 셀트리온 주주를 중심으로 전개됐던 공매도 반대 운동을 조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매수 운동에서 위법 행위를 규정하기는 현재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세 조종 혐의를 적용하려면 차익을 취득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이때 판단 기준은 매수 주동자가 해당 종목을 보유했는지 여부다. 그러나 집중 매수 운동에 참여했던 투자자가 기존에 해당 종목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라면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변동성을 문제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정하고, 주가 변동을 일으킨 원인행위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절차도 까다로울 수 있다.
앞서 한투연의 시범 운동이 예고됐던 날에는 집중 매수 종목으로 떠오른 에이치엘비에 대한 기대 심리로 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주가가 20% 넘게 급등했다.
운동이 시작됐던 오후 3시부터는 정작 주가가 내리면서 전날보다 5%가량 오른 수준에 마감했는데, 이 경우 주가 변동의 책임을 묻기가 애매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당국은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당국 조사에서 매수 운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혐의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선에서 여러 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선 한투연의 활동을 계속 살피고 계좌를 분석하는 등 평소보다 더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경고에 한투연은 매수 운동을 그대로 진행하되 전략은 대폭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매수 대상을 행동 직전에 공개하고, 특정 종목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투연은 짧은 시간에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취하는 일명 '단타족'과 주식 유튜버 등이 매수 운동을 이용하고, 공매도 주체와 기관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줬다는 지적도 반영해 새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일로 예정됐던 일정도 이달 9∼20일 중으로 바꾸고, 매수 대상 종목을 두 개 이상으로 설정하는 쪽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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