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탈레반 '약탈의 정책' 펼쳐" 비난
조종사 등 '표적 테러'도 급증…미군은 B-52 출격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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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군이 대부분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총공세를 펴는 가운데 북부 주요 도시 쿤두즈 등 주도(州都) 2곳이 추가로 탈레반에 의해 장악됐다고 AFP통신이 8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탈레반의 성명과 현지 주민 등을 인용해 쿤두즈, 사르-에-풀 등 두 도시가 차례로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고 전했다.
북부의 주요 거점인 두 도시는 동명 주(州)의 주도로 이로써 탈레반은 지난 6일 이후 4개 주도를 장악하게 됐다. 아프간에는 총 34개의 주가 있다.
전통적으로 반(反)탈레반 세력이 강했던 북부 지역마저 차례로 탈레반에 함락됨에 따라 아프간 정부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게 됐다.
와중에 탈레반이 앞서 장악한 도시들은 무정부 상태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톨로뉴스 등 아프간 언론에 따르면 탈레반이 최근 점령한 남서부 님로즈주의 주도 자란지와 북부 자우즈잔주의 주도 셰베르간 등에서는 약탈과 탈옥 등이 빚어지고 있다.
자란지와 셰베르간은 탈레반이 지난 6∼7일 동안 차례로 장악한 주도다. 특히 셰베르간은 반탈레반 성향 유력 군벌인 압둘 라시드 도스툼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농촌 지역을 주로 차지한 탈레반이 주도를 점령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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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로뉴스는 지난 6일 탈레반에 손에 넘어간 자란지에서 공공 기물 약탈이 자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톨로뉴스는 소셜미디어(SNS) 등에 올라온 영상을 토대로 사람들이 정부 기관에서 여러 기물을 훔쳐 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영상에서는 감옥에서 죄수들이 탈출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톨로뉴스는 이런 상황은 셰베르간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 측은 탈레반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샤후사인 무르타자위 아프간 대통령 보좌관은 "이런 상황은 탈레반이 통치나 공공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해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현재 탈레반은 '약탈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북동부 타카르주의 주민 라시드 파랑은 "정부 건물과 다리같은 공공 재산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오는 9월 11일까지 모두 철수한다고 발표한 뒤 5월부터 철수를 시작하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영토 절반 이상을 장악했으며, 국경 지역도 속속 손에 넣은 뒤 주요 도시를 공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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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점령지 등에서는 주민들의 엑소더스(탈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매주 3만명 이상의 아프간인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 재난관리부의 굴람 바하운딘 자일라니 부장관은 지난달 8일 "지난 한 달 반 동안 26개 주에서 3만2천384 가구가 집을 떠났고, 지난 2년간 탈레반의 잔혹 행위로 인해 500만명이 난민이 됐다"며 국제사회가 이들을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규 전투 외 '표적 테러'도 최근 급증, 아프간 국민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공군 헬기 조종사 하미둘라 아지미가 7일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폭탄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하루 전날인 6일에는 탈레반이 카불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다와 칸 미나팔 아프간 정부 미디어·정보센터(GMIC)장을 암살했다.
탈레반은 지난 3일에는 카불에서 국방장관 공관 겨냥한 자폭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미국과 영국 정부는 7일 성명을 내고 현지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아프간을 빨리 떠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군이 탈레반에 무력하게 밀리는 양상을 보이자 미군은 공습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파와드 아만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스푸트니크통신에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가 셰베르간에서 공습을 벌였다며 "이를 통해 탈레반 조직원 200명 이상이 숨지는 등 반군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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