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중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결정됐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비공개회의를 열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 결정을 그대로 승인해 이 부회장은 광복절을 맞아 13일 풀려난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207일만이다. 박 장관은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사회의 감정,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즉 이번 가석방 결정이 국가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 부회장이 풀려나도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돼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지 않으면 해외출장 등 온전한 경영복귀에는 일정 부분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일단 수감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삼성의 투자 등 중요 사업 결정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는 뜨거운 논란 대상이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우리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5단체는 지난 4월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청와대에 초청된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들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사면을 건의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삼성의 핵심 사업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수감으로 인한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특히 삼성이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부문에서도 미국 마이크론 등의 도전이 거세지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같은 중요한 결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기업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 가석방에 반대했다.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1천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문재인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며 촛불의 명령에 명백히 역행하는 행태"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한 논평을 내고 "'삼성 재벌총수만을 위한 가석방 특혜'를 이번에 또 받은 셈"이라며 "사법 정의는 땅에 떨어졌으며 법치주의는 역사적 퇴행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결정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 부회장 가석방에 호의적인 여론 등을 두루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3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찬성한다'가 70%, '반대한다'는 22%로 각각 집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가석방됐다고 해서 그의 잘못까지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법질서를 어지럽힌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음을 이 부회장과 삼성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부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도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 대기업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는 것에 맞춰 그에 수반하는 책임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재계는 이번 일을 정경유착 같은 과거의 과오와는 확실히 단절하고 준법경영을 확고히 실행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삼성은 미래를 위한 투자 등 중요한 결정을 조속히 실천에 옮겨 핵심사업에서 글로벌 초격차 우위를 확실히 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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