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서 위협느낀 선수 망명…'정권돈줄' 세계최대 비료생산기업도 제재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정적 탄압 등 철권통치를 이어가고 있는 벨라루스 정권에 새로운 제재를 가했다.
특히 도쿄올림픽에서 신변 위협을 느낀 벨라루스 육상 선수가 망명한 가운데 벨라루스 국가올림픽위원회(NOC)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정권의 인권과 민주적 열망에 대한 공격과 국경을 초월한 탄압 및 부패에 대한 새로운 제재에 서명한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밝혔다.
이번 제재는 1994년 이후 집권하고 있는 루카셴코가 미국 등 서방국이 부정선거로 규정한 작년 8월 대선에서 승리한 지 꼭 1년 되는 날 이뤄지는 것이다.
벨라루스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비롯해 민간은행 등 기업과 업계 지도자 등 루카셴코 대통령의 측근들과 주요 기관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여기에는 벨라루스 최대 국영 기업이자 세계 최대 탄산칼륨 비료 생산기업 중 하나인 '벨라루스칼리 OAO'도 포함됐다. 이 기업은 루카셴코 정권의 불법적인 부의 축적 통로로 알려져 있다고 AFP는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벨라루스 국가올림픽위원회 역시 돈세탁과 제재 회피를 조장하고 비자 금지 조치를 피해 빠져나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벨라루스는 지난 5월 아일랜드 항공사인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자국에 강제 착륙시켜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와 그의 여자친구를 체포해 비난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은 당시 이를 규탄하며 벨라루스 관리들과 단체 등에 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은 관리 46명의 미 입국을 금지하기도 했다.
특히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여성 육상선수인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코치진을 비난한 후 신변 위협을 우려해 폴란드로 망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 당국자는 "벨라루스 정권은 한 올림픽 선수의 안전을 자국 밖에서 위협하는 등 탄압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의 제재를 통해 탄압에 대한 벨라루스 정권의 책임을 묻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작년 대선 직후 벨라루스 내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스포츠계 인사 중 한 명이다.
벨라루스 인권단체 비아스나에 따르면 벨라루스 내 정치범은 현재 603명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벨라루스 제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러시아의 지원으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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