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 기여' 주문받았지만 취업제한이 변수
첫 공식행사 후보로 반도체 사업장·코로나 백신 생산현장 등 거론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돼 자유의 몸이 되지만 '취업제한'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달린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에서 어느 정도 역할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3일 출소 후 당분간 각종 사업 현안을 파악하고 건강을 추스르며 외부 복귀 시점을 고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출소 직후에는 가족들과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을 때는 한 달 넘게 정중동 행보를 하다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났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13일 출소 이후 머지않은 시점에 경영에 복귀해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20조원대 투자 프로젝트 확정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모바일,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 등 주력 및 신사업을 비롯해 삼성SDI[006400]의 첫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여러 현안에서 이 부회장이 역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취업제한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재계나 삼성 측의 바람처럼 이 부회장이 거리낌없는 경영 활동을 하기엔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후 2년 동안은 취업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후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다. 가석방되더라도 향후 5년 동안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는 것이다.
법무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가석방을 허용했으나 취업제한을 풀어주는 별도 승인을 내려주진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없다는 해석이 있다.
이와 달리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보수를 받지 않아 취업 상태가 아니므로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이 2019년 등기 임원에서 제외돼 미등기 임원으로서 '삼성전자 부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취업제한을 적용할 수 없으며, 미등기임원으로서 경영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경영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가석방 상태여서 외국 출장시에는 정부의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다.
재계는 이런 이유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해왔으며, 가석방 결정 이후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연한 행정적 배려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특혜 시비를 감수하면서까지 허가한 것은 이 부회장이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하라는 취지라고 보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전날 이 부회장 가석방을 허가한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상황'을 언급했다. 다만 취업제한과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이같은 취업제한 이슈 걸림돌 없이 경영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도록 별도 승인, 나아가 사면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 측에 계속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 가석방과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석방 비판 여론도 있지만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라는 취지에 부합하려면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출소 후 정중동 행보 시일이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첫 공식 경영 복귀 후보지로는 평택 반도체 사업장,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현장 등이 우선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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