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아빠찬스'로 쌓아올린 39년 정치인생 몰락 위기

입력 2021-08-11 04:27   수정 2021-08-11 15:13

쿠오모, '아빠찬스'로 쌓아올린 39년 정치인생 몰락 위기
코로나19 브리핑으로 전국적 인기…한때 법무장관에도 물망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를 선언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2세 정치인이다.
쿠오모 주지사의 부친인 마리오는 1983년부터 12년간 뉴욕 주지사를 지냈다.
1957년생인 쿠오모 주지사가 20대 시절 정계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주지사 선거 덕분이었다.
그는 1982년 로스쿨을 졸업한 직후 아버지의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아버지가 뉴욕주지사에 취임한 뒤에는 정책보좌관 역할을 맡았고, 뉴욕주 검찰청 소속 검사로도 임용됐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때인 지난 1993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중앙 정계에 진출했지만, 이전부터 유명인 취급을 받았다. 1990년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명문인 케네디 가문의 사위가 됐기 때문이다.
쿠오모 주지사가 결혼한 상대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의 딸 케리다.


그는 2002년 뉴욕 주지사 공천을 받기 위해 민주당 당내 경선에 참여했다가 중도 사퇴한 것을 제외하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2006년 뉴욕주 검찰총장 선거에서 여유 있게 당선된 후 월가의 부정부패 수사 등을 지휘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그는 2010년 뉴욕 주지사 자리에 재도전했다.
당시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물밑에서 그를 지원했고, 결국 선거는 쿠오모 주지사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 쿠오모 주지사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에서 3선에 성공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엔 인기가 더 상승했다.
매일 코로나19 상황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브리핑을 주관하면서 전국적 스타로 떠올랐고, 방역 문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뉴욕을 세계 최악의 위기에서 지켜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운명이 급변한 시점은 지난해 말이었다.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30대 여성이 트위터를 통해 수년간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피해증언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뉴욕주가 장기 요양시설의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고의로 누락해 집계했다는 의혹과 함께 자신의 방역 리더십을 자화자찬하는 비망록을 출판해 수십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끝까지 성추행이 없었다고 주장했던 그가 사퇴를 선언한 것은 탄핵을 통한 강제 퇴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일단 뉴욕 내 각 지방검찰청이 추진하는 기소를 피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k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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