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고혈압'은 자율신경계의 '투쟁-도피 반응' 때문"

입력 2021-08-11 10:20   수정 2021-08-11 10:25

"'백의 고혈압'은 자율신경계의 '투쟁-도피 반응' 때문"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평소 집에서 혈압을 잴 땐 정상인데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앞에서는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을 '백의 고혈압'(white-coat hypertension)이라고 한다.
이는 자율신경계가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투쟁-도피 반응'이란 긴장 상황이 발생했을 때 뇌는 맞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갈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율신경계를 구성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영향을 받아 심장 박동-호흡 속도 증가, 위와 장의 움직임 저하, 혈관 수축, 근육 팽창, 방광 이완, 발기 저하 등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율신경계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신체 내부 기관이나 조직의 활동을 지배하는 신경계로 소화, 호흡, 땀, 혈압 조절 등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기능에 관여한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Milano-Bicocca) 대학 의대 내과 전문의 기도 그라시 박사 연구팀이 혈압이 약간 또는 다소 높지만 치료는 받지 않고 있는 성인 18명(남성 14명, 여성 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10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전극 장치로 이들의 피부와 근육의 신경 활동을 두 차례 측정했다. 한번은 의사가 함께 있을 때 또 한 번은 의사가 없을 때 했다.
의사가 함께 있을 땐 혈압과 심박수가 상승했고 피부와 골격근의 신경 활동은 전형적인 '투쟁-도피 반응'을 나타냈다.
반대로 의사가 없을 땐 심혈관과 신경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투쟁-도피 반응'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최고 혈압인 수축기 혈압은 의사가 함께 있을 때보다 의사가 없을 때 평균 14mm/Hg 낮았고 최고 심박수도 분당 11회 적었다.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의 혈압을 잴 땐 '백의 고혈압' 현상이 덜 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혈압 측정은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밴더빌트 대학 심장 전문의 메나 마두르 박사는 혈압과 심박수의 상승은 우리 몸이 감지한 위협에 대한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야외에서 야생 곰을 만나 쫓기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른 속도로 도망칠 수 있도록 우리 몸은 피부 혈관을 수축시켜 근육 조직에 혈액을 더 많이 가게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투쟁-도피 반응'에 남녀차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여성을 더 많이 참여시켜서 추가 연구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제의했다.
특히 간호사를 포함, 다른 의료 요원들도 일반 환자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집에서 혈압을 잴 땐 올바른 측정 방법을 숙지하고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재서 그 결과를 진료 예약일에 의사에게 보여주도록 그는 권했다.
미국 의학 협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와 미국 심장 협회(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혈압은 집에서 본인이 직접 측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협회 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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