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하늘에서 날아와 부리로 내리꽂아
엄마가 넘어지며 아기 머리 크게 다쳐
공원에 까치 급습 경고문 추가 설치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호주 한 공원에서 엄마에게 안겨 산책 중이던 어린 여자아기가 까치 공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주 공영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시몬이란 이름의 여성은 생후 5개월 된 딸 미아를 안고 브리즈번 글린데만 공원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맹렬한 까치의 공격을 받았다.
엄마는 하늘에서 부리를 앞으로 내밀고 수직으로 내려꽂히듯 달려드는 까치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숙인 채 이리저리 피하다가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 바람에 아기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아기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번 사건은 아기 엄마의 언니인 소피가 인터넷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사연을 소개하며 널리 알려졌다.
소피는 동생 부부가 삶의 전부인 딸을 잃고 슬픔에 빠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이동 제한 때문에 마음으로 밖에는 위로를 보내지 못한다면서, 이들 부부가 아기의 장례비를 마련하고 슬픔을 추스를 동안 잠시 일을 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모금 사이트에는 하루만에 수천명이 성금을 보내 목표액 10만 호주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12만 호주달러(1억원)가 모였다.
성금에 참여한 사람들은 부부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세상을 떠난 아기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브리즈번 시의회 관계자는 "매우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건이 발생한 장소 주변에 까치의 급습을 경고하는 경고판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호주 조류보호단체에 의하면 이러한 까치 공격은 수컷 까치가 둥지에 있는 새끼를 보호하는 기간인 7∼12월에 주로 발생한다.
실제 이번 사건 전에도 다른 주민들이 까치에게 공격을 받아 다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한 여성은 자기 아들이 헬멧을 쓰고 있었음에도 까치 공격을 받아 눈 주위 뺨에 상처가 났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아주 공격적인 까치의 집요한 공격을 받으며 500m를 도망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조류보호단체 관계자는 "수컷 까치 가운데 10% 정도가 사람을 공격한다"며 "특히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공격을 당하면 끔찍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등은 평소 자주 오가는 길 주변에 까치둥지가 있다면 번식기에는 다른 길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이 밖에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거나 우산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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