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주석 극비리 영국 도피 후 내분 격화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후 입지가 좁아진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이 오는 12월 입법회(의회) 선거 참여를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선거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선거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그럼에도 참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11일 홍콩프리프레스(HKFP) 등에 따르면 선거 참여를 놓고 지난 2월 시작된 민주당의 내홍이 최근 부주석의 영국 도피로 격렬해졌다.
민주당 부주석 리윙탓은 지난 6일 주변에 알리지 않고 영국으로 떠났다.
그의 영국행은 친중 매체 문회보가 공항 출국장에서 그의 사진을 찍어 보도하며 처음 알려졌다.
리 부주석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여러 차례 입법회 의원을 지냈으며, 2004~2006년에는 민주당 주석을 맡기도 한 중진이다.
그가 구속된 람척팅 부주석을 대신해 지난 6월 부주석직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비밀 영국행은 많은 민주당원에 충격을 안겼다.
그런 상황에서 그간 선거 참여를 주장해온 민주당의 소얏항 구의원은 페이스북에 "자기는 도망가면서 다른 이들에게는 싸우라고 했다"며 리 부주석을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그의 글은 이후 대표적 친중 인사인 렁춘잉 전 홍콩행정장관이 공유하며 파장이 커졌다.
그러자 같은 민주당의 앤드류 완과 람척팅, 두 전직 입법회 의원은 지난 9일과 10일 각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얏항을 강력 비판했다.
두 사람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돼 현재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민주당 중진들과 함께 선거 보이콧을 주장해 왔다.
앤드류 완은 "그렇게 당국에 강경한 입장이라면 '정치적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선거 참여를 주장해서는 안된다"며 리 부주석이 어떤 위협에 직면했는지 모르지만 그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람척팅도 리 부주석이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선거에 출마하려면 지지자들에게 이유를 설명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소얏항을 비롯해 3명의 인사가 대표적으로 선거 참여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선거에 참여해야 당을 보호할 수 있으며, 최소한 자신들이 체포와 탄압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두달 전 유튜브에 별도의 채널을 개설했으며, 다른 동료들을 상대로 선거 참여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원 다수는 개정된 선거법이 반대파의 목소리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며, 야권에서는 당국의 출마 자격 심사 자체를 통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선거를 보이콧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불공정한 선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홍콩은 지난 6일부터 행정장관 선거인단 출마 후보자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존 리(李家超) 정무부총리는 7일 성도일보와 인터뷰에서 "출마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발언도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총회에서 선거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