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역중 3년형 더 받을 수도…내달 총선 앞두고 야권 압박 강화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수사당국이 복역 중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추가 혐의를 제기해 나발니의 복역 기간이 3년 더 늘어날 수 있게 됐다.
현재 나발니는 사기 혐의로 2년 6개월 형을 사는 중이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중대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시민의 정체성과 권리를 침해하는 비영리 조직을 창설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나발니가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비영리조직인 '반부패재단'을 창설해 2011년부터 이반 즈다노프, 레오니트 볼코프 등 동료들과 함께 이 단체를 운영해 왔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 재단이 사람들의 불법 행동을 조장하는 활동과 연계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또 나발니 등이 올해 1월 시민들에게 불법 집회에 참여하도록 호소하는 메시지를 재단 웹사이트나 자신들의 개인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시켰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나발니가 반부패재단을 통해 시민들의 불법 행위를 조장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을 저질렀으므로 그러한 조직 창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 권리 침해 조직 창설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나발니가 지난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은 그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숱하게 폭로해온 단체다.
특히 지난 1월 흑해 연안의 호화판 휴양 시설이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모스크바 시법원은 앞서 지난 6월 반부패재단과 나발니가 만든 다른 사회운동 단체들을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뒤이어 지난 4일 항소법원도 이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법원 판결로 반부패재단은문을 닫게 됐다.
이 와중에 수사당국이 반부패재단을 고리로 나발니에게 추가 혐의를 제기해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지목받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다.
그는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3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구속 수사 기간 등을 제외한 2년 6개월의 형기를 채우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유력 야권 인사인 나발니와 그의 조직, 측근들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반정부 성향 정치인과 활동가들에 대한 '겁박'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크렘린궁은 부인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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