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등서 온 관광객…다른 8명, 9m 수심서 헤엄쳐 나와"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유철종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 극동 캄차카에서 12일(현지시간) 관광객과 승무원 등 16명이 탑승한 밀(Mi)-8 수송용 헬기 1대가 호수에 추락해 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현지시간) 관광객 13명과 승무원 3명이 탑승한 Mi-8 헬기가 캄차카주(州) 동남부 크로노츠키 자연보호구역 내 쿠릴스코예 호수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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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릴스코예 호수는 현지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로 평균 수심이 195m, 최대 수심이 316m에 달한다.
사고 헬기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관광객들을 캄차카주 주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 인근 호두카 화산으로 수송 중이었다.
현지 보건당국 관계자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승무원 1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면서 "다른 8명은 구조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숨진 사람들이 수심 약 100m 지점의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헬기 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생존한 승객 6명과 승무원 2명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헬기에서 탈출해 수면 위로 헤엄쳐 올라온 뒤 구조작업에 나선 자연보호구역 직원들에게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에 참여했던 자연보호구역 한 직원은 "생존자들이 수심 8~9m 깊이에서 호수 위로 스스로 헤엄쳐 올라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생존자 가운데 5명은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의 주립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2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당국은 잠수부를 포함해 40여 명의 구조대원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해 구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심해 수색 장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원인은 악천후와 조종사 실수로 추정되고 있다.
교통감독당국의 한 소식통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비행 도중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기장이 비상착륙을 시도했지만 심한 안개로 실수했으며, 그 뒤 호수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 헬기는 2009년 설립된 '비탸지-아에로'라는 현지 항공회사 소유다. 비탸지-아에로는 헬기 등을 이용해 접근이 어려운 오지로 관광객들을 수송하는 영업을 해왔다.
또 이륙 전 점검이 이뤄져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고, 조종사들도 특별한 비행 문제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인테르팍스 통신은 문제의 헬기가 지난 1984년에 생산돼 4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종으로 내년 6월 운항 허가 시한이 종료된다고 소개했다.
수사 당국은 항공기의 안전 수칙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캄차카에서는 지난달에도 현지 항공사가 운용하는 안토노프(An)-26 항공기가 추락, 탑승자 19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러시아는 과거보다 항공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항공기 유지 보수와 안전 수칙 준수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고 AFP 통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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