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때 이란 주권 침해한 열강 연상"…외무부, 양국 대사 초치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주이란 영국대사와 러시아대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점령지였던 이란에서 열강 지도자들이 만난 모습을 연상시키는 포즈로 사진을 찍어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이란 러시아대사관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레반 자가리안 러시아대사와 사이먼 셔클리프 주이란 영국대사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문제는 양국 대사가 사진을 찍은 장소와 그들의 포즈였다.
영국과 러시아 대사가 이날 사진을 찍은 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세 지도자 윈스턴 처칠(영국), 프랭클린 루스벨트(미국), 이오시프 스탈린(소련)이 이란에서 만났던 옛소련대사관이었다.
1943년 12월 이들 세 지도자가 이란에서 만난 회담을 '테헤란 회담'이라고 부른다. 이 회담으로 연합국 측 동맹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이란은 소련에 의해 점령된 상황이었다.
두 대사는 세계대전 당시 처칠과 스탈린이 앉았던 의자에 나란히 앉아 포즈를 취했다.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는 빈 상태였다.
러시아대사관은 "양국 대사가 1943년 테헤란 회담이 열렸던 역사적인 계단에서 대화했다"고 사진 설명을 덧붙였다.
현지 언론들은 이 사진이 강대국의 침략을 받은 이란의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비판했다.
퇴임을 앞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극도로 부적절한 사진"이라며 비난했다.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매우 비도덕적 사진이며 두 대사가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차기 외무장관 지명자도 "외교 예절과 이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무시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란 외무부는 이튿날(12일) 사진 속 주인공인 두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논란이 일자 러시아대사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대항한 동맹국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 것일 뿐"이라면서 모욕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셔클리프 영국대사는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나쁜 의도는 없었으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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