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마스크 주고서는 "빨아 써라"…병가 사용도 막아
직원들 파업 후 소송전…법정다툼 끝에 방역조처 '쟁취'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 맥도날드 직원들이 강아지용 기저귀나 커피 필터로 만든 마스크를 지급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방역조처'를 쟁취해냈다.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 맥도날드 매장 운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이 12일(현지시간) 합의문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오클랜드 맥도날드 매장 직원들은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했을 때 강아지용 기저귀나 커피 필터로 만든 마스크를 받았다.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일회용 마스크가 제공되긴 했으나 '마스크를 빨아서 해질 때까지 재사용하라'라는 지시가 함께 내려졌다.
결국 직원들은 33일간 파업한 뒤 작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엔 직원뿐 아니라 해당 매장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린 한 직원의 10개월 된 자녀 등도 참여했다.
원고들은 매장 측이 적합한 개인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일하도록 강요하고 병가 사용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매장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이 지역사회에 코로나19를 확산시켰기에 매장 측이 공공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양측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거나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직원은 반드시 집에 머물도록 하고 확진된 직원에겐 유급병가를 주기로 합의했다.
직원이 확진되면 그와 밀접접촉한 직원이 있는지 조사하기로도 했다.
양측은 직원에게 마스크와 장갑을 지급하고 손을 씻고 소독할 수 있도록 30분마다 유급휴식시간을 주기로도 합의했다.
매장 시설과 도구를 정기적으로 청소·소독하고 매장 내에서 6피트(약 1.8m 거리두기가 이뤄지게 하기로도 했다.
매장 측과 직원이 참여하는 '노동자안전위원회' 구성에도 양측이 합의했다.
미국 맥도날드 매장에 이러한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송을 지원한 노동시민단체 '15달러를 위한 투쟁'은 밝혔다.
매장 측이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은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합의에 금전적 보상이 포함됐는지는 양측 모두가 밝히지 않았다.
직원들은 애초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신들이 겪는 고통과 손해를 배상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앞서 일리노이주 시카고 맥도날드 매장 직원과 가족도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주 맥도날드는 합의를 위해 방역조처를 이행하는 데 동의했고 로이터는 전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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