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고장 수리 못 해 발사장 로켓서 내려 격납고행…연내 발사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갈 보잉사의 유인 캡슐 'CST-100 스타라이너'가 무인 시험비행을 위해 로켓에 탑재됐다가 추진시스템의 밸브 고장으로 다시 격납고로 향하게 됐다.
스타라이너는 올해 안 발사가 불투명해졌으며, 이미 우주비행사를 실어나르고 있는 경쟁사 스페이스X에 더 뒤처지게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보잉은 13일(현지시각) 무인 시험비행을 위해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기지 발사장의 아틀라스 5호 로켓에 탑재됐던 스타라이너를 케네디우주센터 격납고로 옮겨 고장 난 추진시스템 밸브를 수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타라이너는 애초 지난달 30일 발사를 목표로 준비돼 왔으나 발사 하루 전날 러시아 모듈 '나우카'가 ISS에 도킹하면서 일으킨 추진엔진 재점화 사고로 ISS가 정상보다 45도 기우는 바람에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이달 3일 이후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추진시스템의 밸브에 습기가 스며들어 작동하지 않는 것이 확인돼 긴급 수리를 해왔다.
스타라이너 추진시스템은 캡슐이 궤도를 유지하고 ISS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추진체 가동에 필요한 수십 개의 밸브를 갖고 있는데, 이 중 13개에 습기가 스며들어 부식성 연소 화학물질과 결합해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보잉 기술진은 로켓에 탑재된 채로 밸브 9개는 고쳤지만, 나머지 4개는 해체 수리가 필요해 다시 격납고로 가게 됐다.
이 밸브들은 5주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작동했으며, 2019년 말에 실패로 끝난 첫 무인 시험비행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 기술진은 밸브에 스며든 습기가 발사장에 내린 비 때문은 아니며, 조립 과정이나 그 이후에 스며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잉의 유인 캡슐 프로그램 책임자인 존 볼머 부사장은 "아주 실망스럽다"면서, 문제가 된 밸브를 교체만 하면 될지 아니면 설계 자체를 바꿔야 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전했다.
또 올해 안에 다시 발사 시도를 할 수 있을지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보잉사는 스페이스X와 함께 NASA와 계약을 맺고 ISS로 우주비행사와 물자를 실어나르는 운송 수단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스페이스X가 유인 캡슐 '크루 드래건' 개발에 성공해 이미 10명의 우주비행사를 ISS로 실어나른 것과 달리 보잉은 아직 무인 시험비행 단계에 멈춰있다.
지난 2019년 12월 첫 무인 시험비행에 나섰지만 소프트웨어 오류로 ISS에 도킹하지 못하고 지구로 귀환했으며, 1년 7개월 만에 NASA가 요구한 80개 항목의 개선책을 이행하고 두 번째 스타라이너로 무인 시험비행을 준비하다가 발목이 잡혔다.
스타라이너가 크루 드래건처럼 우주비행사를 실어나르려면 무인 시험비행을 거친 뒤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유인 시험비행을 무사히 마쳐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NASA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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